동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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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겨울이면 으레 등장하는 게 ‘동장군(冬將軍)’이란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낱말이다.

어원의 유래는 여러 가지다. 그중 1812년 러시아를 침공했던 나폴레옹의 60만 대군이 한파로 대부분 죽고 일부만 살아 돌아간 데서 생겨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혹심한 추위가 프랑스 군대를 무찔렀다 해서 ‘General Winter(冬將軍)’란 말이 나왔다는 거다.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 군대도 러시아를 침공했으나 장기화되면서 혹한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쯤이면 동장군은 러시아에게는 수호신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기원설도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일본의 따뜻한 지방 출신이 많았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조선의 겨울철 혹한을 견디지 못해 혼쭐났다. 그 뒤 동장군이란 말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일본에선 혹한을 후유쇼군(冬將軍)이라고 한다. 영국의 어느 신문이 프랑스 군대를 물리친 진짜 영웅은 러시아 추위라고 설명하면서 ‘제너럴 프로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그대로 번역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일본 공영방송에는 날씨예보 때마다 후유쇼군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 장군이 투구를 쓰고 전투자세를 취한 형상이다. 기상캐스터는 “동장군이 찾아왔다. 혹독한 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언론과 시민들도 동장군이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혹독한 추위가 올 때마다 동장군이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헌데 사전을 찾아 보면 하장군이나 춘장군, 추장군이란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겨울 추위만 장군에 비유되는 거다. 더위는 견딜 수 있어도 추위는 무서운 존재라는 뜻일까 싶다.

▲며칠째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제주섬도 지난 24일부터 강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리며 꽁꽁 얼어붙었다. 올 겨울 벌써 두 차례나 혹한이다. 이번 추위는 다음주 중반까지 갈 모양이다. 체감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동장군이 위세를 부리는 것이다.

안 그래도 사회 전반에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한데 더욱 움츠리게 생겼다. 체감온도가 영하권일 땐 단시간에 피부가 동상을 입는다고 하니 야외활동 때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저체온증을 주의해야 한다.

‘추우면 없는 사람이 더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추위는 굶주림보다 더 많은 걸 가르친다는 속담도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 누구보다 취약계층들을 위협한다. 그런 이웃들에게 한 번쯤 고개를 돌려볼 일이다. 어서 동장군이 물러가 새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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