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연극의 가능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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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한국문인협회 이사, 작가/논설위원

제주에서의 언어는 활용적인 면에서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표준말을 쓰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제주어를 쓴다. 즉 제주어는 생활어다. 희곡의 언어와 소설의 언어가 다른 점은 희곡은 구어체이고 소설의 언어는 문어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제주인의 생활과 정서를 담은 연극에서의 대사는 제주어여야 맞다. 그래야 제주어가 가지고 있는 그 오묘한 감정과 맛깔스러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가령 맨도롱 또똣이란 말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언어는 곧 그 사람이라 했다. 따라서 제주인을 주인공으로 한 무대극을 쓰려면 제주인의 정서를 이해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근래에 제주인 또는 제주의 문화, 역사를 소재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지 않은 어휘가 튀어나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 경우는 제주인의 생활 정서나 제주어를 모른 작가가 작품을 쓰고 다른 사람이 제주어로 각색할 경우 생기는 현상이다.

요즘 관에서 주도하는 대형 무대극의 경우 공모 절차 없이 중앙의 유명 작가나 연출자에게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인들은 능력이 안 된다고 무시하는 태도인데 이런 행정가들의 편의적인 발상은 가뜩이나 위축된 제주의 예술인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준다. 행정가들은 지역 예술의 발전 따위에는 안중에 없고 행사를 위한 행사만 성공하면 그뿐이다. 그렇다고 비제주인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주 우수하다거나 제주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해 낸 작품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것은 과거 거액의 혈세를 들여 만든 ‘백록담’이라는 뮤지컬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데 여전히 어리석음이 반복되고 있어서 아쉽다. 한국의 대표적인 극작가와 작곡가에게 거금을 주고 작품을 의뢰했는데 그 분들은 제주도인이 누구이며 제주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 제주도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데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 제주예술인들 다수의 공통된 견해다. 개작을 하고 재공연도 했지만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레퍼토리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처음의 의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에 꼭 같은 경로로 만들어진 대형 연극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주의 정체성 있는 연극은 제주도 연극인들이 더 잘 만든다는 사실을 담당 행정가들만 모르는 것 같다.

개방화된 시대에 제주인들만의 것을 고집할 수 없겠지만 제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제주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제주의 신화, 역사에서 소재를 찾은 육지의 문인들의 작품에 엉터리들이 많다. 가령 숨비소리를 휘파람 정도로 이해하여 음악에 맞춰 아무 때나 낼 수 있는 소리로 잘못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제주어로 표현된 무대극의 경우도 제주어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엇갈린다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과거에 전국연극제 경연에 나가는 경우 심사위원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어휘를 순화(?)해서 출연한 적도 있다.

이달 초 졸작 ‘좀녜’를 공연하면서 제주어의 가능성 보았다. 제주에 온 관광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는데, 여행 와서 해녀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포스트잇으로 글을 남겼다. 그 연극은 완전한 제주어는 아니지만 초영, 물숨, 난바르 등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는데도 전후의 맥락을 통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는 말이다.

제주어를 무대화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에 따라 대사 전체를 제주어로 하는 방법, 필요한 어휘나 어미만을 제주어로 표현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제주어를 오·남용함으로써 오히려 예술성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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