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와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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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라니냐의 영향일까? 좀처럼 눈 구경하기 힘든 제주도가 설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눈 속에 파묻혔다. 마당 한쪽 구석에 치워놓은 눈이 며칠째 녹지 않고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꽤나 춥긴 추웠던가 보다.


짙은 구름에 덮여 무술년(戊戌年) 원단(元旦)의 일출도 볼 수 없었는데, 겨우내 동장군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그래서일까. 썰매를 타는 모습이나 꽁꽁 얼어붙은 폭포수를 빙벽 삼아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TV 화면이 더욱 싸늘하게 와 닿는다.


그래. 폭포수는 끊임없이 쏟아져 내려야 제격이다. 그래야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오묘한 운치를 자아낼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빙벽에선 폭포다운 왕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없다. 어디 자연스레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폭포만 그러한가. 역으로 허공을 향해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분수와 폭포는 근원이 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질과 내포하는 의미가 전혀 달라 보인다. 분수는 인위적으로 물을 뿜어 올리지만, 폭포는 대자연이 빚어놓은 길을 따라 그저 흘러내릴 뿐이다. 전자가 거스름의 원리라면, 후자는 순리 그 자체라 할 것이다. 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들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음악에 맞춰 이리저리 물줄기를 바꾸는 모습, 야간에 조명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치장한 분수를 보면서 사람들은 환호하며 아름답다 말한다. 반면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는 이들은 그저 입을 크게 벌려 감탄할 뿐 별다른 말이 없다. 아마 그들의 내면에선 신비로움, 장엄함, 겸허함, 자연의 위대함 등등의 단어들이 용솟음치고 있으리라.


고금을 막론하고 양(洋)의 동서에 따라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음을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양화에는 분수가 자주 등장하지만, 동양화에는 그 여백만큼이나 폭포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화려하고 편리함을 좋아하는 서양인들의 취향이, 단아하고 정갈하면서도 자연의 이치에 순응함을 추구하는 동양인들의 심리가 은연중 그림에 반영된 것이리라.


그예 무술년이 밝았다. 황금 개띠 해란다. 주인에게 충직한 개는 사람과 가장 친밀한 동물일 것이다. 거스르지 않는 그 습성마냥 올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폭포수처럼 대자연의 순리에 따라 순조로운 삶을 영위하기를 기원한다. 하여 모두 건강과 행복을 수확하는 한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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