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과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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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태극기에 대한 논의가 처음 있었던 건 1876년의 일이다. 운양호 사건을 계기로 조·일 양국 간 강화도조약 체결 때 일본 측이 ‘배에 일본 국기가 게양됐는데 왜 포격했느냐’며 트집을 잡았다.

당시 조정에선 국기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조차 몰랐다 한다. 비로소 국기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1882년 수신사 박영효가 일본에 갈 때 숙소 옥상에 태극사괘가 그려진 기를 게양했는데 이것이 태극기의 효시다.

태극은 우주 자연의 궁극적인 생성원리를 상징하며 적색은 존귀와 양(陽)을, 청색은 희망과 음(陰)을 뜻한다. 사괘는 천지일월과 사시사방(四時四方)을 의미하는 창조적인 우주관을 담고 있다. 이런 상징을 지닌 태극기는 대한민국 수립 후 1949년 도안과 규격이 통일된 후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만 해도 태극기는 근접하기 어려운 경배의 대상이었다. 날마다 오후 5시엔 모든 국민이 부동자세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들어야 했다.

그 근엄한 태극기가 경기장의 관중석을 뒤덮고 승리행진의 필수품으로 등장한 건 2002년 월드컵대회를 치르면서다. 여인들의 치마폭은 물론 앙증맞은 얼굴 스티커, 스카프가 되기도 했다.

120년 태극기 역사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태극기가 엄숙한 이미지를 벗어나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대상으로 변신한 게다.

그때 태극기가 거리의 패션으로 전락했다거나 존엄성을 모독당했다고 시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도 우리는 월드컵 경기나 올림픽 등을 통해 선수와 국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 때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자는 2030세대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강행한 정부가 불공정하다며 단단히 뿔이 난 그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막식 등에 태극기 대신 등장하게 될 한반도기를 비토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엔 ‘다 같이 태극기를 들자’는 글이 올라 동의가 잇따르고 있다.

2030세대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전국을 뒤덮은 태극기 물결을 기억한다. 태극기를 통해 우리 국민의 단결된 저력을 과시했던 잊지못할 장면들을 말이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공식적인 징표이자 국민적 자긍심을 상징한다. 그런 태극기가 우리 정부의 자진 헌납으로 개막행사 때 사라지게 됐으니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순국선열들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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