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우진제비오름-산세가 좋아 천월장군 태어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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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날아가는 듯한 산세…눈 쌓인 탐방로 ‘영화 속 한 장면’
병사들 사열한 ‘우진샘’ 운치 더해…정상서 동·서·북부 ‘한눈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우진제비오름은 U자형으로 벌어진 오름의 형상이 마치 제비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 이날 오름은 새하얀 눈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우진제비오름.

 

우진제비라는 오름의 이름은 U자형으로 벌어진 오름의 형상이 마치 제비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산체의 모습이 제비와 같은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우리의 선조들의 표현력은 지금 수많은 산업화의 산물인 다양한 문물을 접하고 있는 현대인보다 더 섬세했던 것 같다.

 

똑같은 U자 모양의 말굽형 오름인데도 어떤 오름은 제비가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 보고 우진제비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떤 오름은 솔개가 날아가는 모습으로 봐서 남송이오름, 또 어떤 오름의 말굽형 모습을 곡식을 고루는 체와 같은 형태로 보고 체오름이나 쳇망오름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우리의 선조들이 오름의 형태를 보고 오름의 이름을 짓는 표현력에 오름을 자주 찾는 오르미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또한 이 오름은 보는 이에 따라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제주의 오름 가운데 용천수가 흐르는 곳은 흔치 않다. 이 오름은 우진샘이라는 귀한 샘이 흐르는 곳이다.

 

제주의 오름 샘이 있으면, 우진제비 인근의 세미오름, 거슨세미오름, 산세미오름, 아라동의 세미오름(삼의악) 오름의 이름에 ~세미(샘)가 붙는데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 오름은 그 귀한 샘이 있음에도 ‘~세미’ 대신 우진제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도 샘의 가치 보다 오름의 산세가 더 독특했기 때문이 아닐까.

 

▲ 돌계단을 오르면 산책로 안내판이 나온다.

우진제비오름은 산세의 기운이 좋아 명당터로 알려져 있으며, 산세가 천월장군이 태어날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오름 품안에서 흐르는 우진샘은 장군이 칼을 차고 사병들을 사열하는 터로 알려지고 있다.

 

이 오름은 번영로 상에서 봉개동과 남조로 교차로를 지나, 세계자연유산본부 검은오름 교차로 직전 네거리에서 ‘우진제비’라는 간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된다.

 

좌회전 후 직진하다 산체 가까이 다가갔을 때 T자형 교차로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우회전해서 가다보면 3~4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오름 안내판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바로 돌계단을 따라 오르막이다.

 

10분 남짓 오르면 우측으로 ‘산책로’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어차피 우진제비도 다른 오름처럼 이 안내판을 따라 가도 맞은편으로 내려오고, 맞은편으로 가도, 이 곳으로 내려오니 어디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직진을 선택해 몇 걸음을 가니 오름 품에 안겨, 장군이 칼을 차고 사열했던 터로 전해진 우진샘이다.

 

샘은 크고 작은 세 개의 샘터로 이뤄졌다. 아마도 맨 위는 식수, 그 다음은 빨래나 생활용수, 그리고 우마 물 먹이용으로 사용했지 않나 싶다.

 

샘터 주변에 몇 개의 벤치가 마련돼 있는데, 샘 가운데 있는 나무와 벤치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이나, 한 장의 그림엽서를 연상시킬 정도로 운치 있다.

 

샘을 감상하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샘터 옆 등산로를 선택해 정상으로 발길을 옮겼다.

 

 

▲ 우진제비오름에서 바라본 절경. 제주의 동부와 서부, 북부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여 분도 채 걷지 않아 정상 능선이다. 제비가 날개를 펼친 모습처럼 길게 뻗은 정상 능선을 따라 걸으니 오름 전망대다.

 

전망대에서의 시야는 걸어온 방향을 제외하고, 삼면으로 거칠 것이 없다.

 

제주의 동부와 서부, 북부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조망 때문인지,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도 춥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

 

하얀 눈에 뒤덮여 눈 세상으로 바뀐 제주의 풍광을 눈에 담고 하산 길.

 

돌계단에 경사가 심하고, 눈까지 쌓여 있어 낙상 위험이 있지만 다행히 탐방로 양쪽에 설치된 튼튼한 밧줄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 준다.

 

천월장군이 태어날 명당터에 장군이 칼을 차고 사열했던 우진샘까지 보니 기분이 한층 더 좋아진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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