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을 지닌 어린 왕자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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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사막에 추락한 비행기를 수리하던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만난다. 어린 왕자는 소행성들을 돌며 만난 문제적 인간들을 이야기한다. 권력 휘두르기를 좋아하는 왕, 남에게 찬양 받기를 좋아하는 허영꾼,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을 마시는 술꾼, 소유할 수 없는 별들을 소유하겠다며 숫자놀음에 몰두하는 장사꾼, 그리고 가로등에 불을 켜는 사람, 지리학 책을 쓰는 사람 등을 만난 후 지구로 찾아들었다고 했다. 작가는 어린 왕자의 여행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아마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으며, 추억과 사랑을 지닌 존재에게 우리는 길들여져야 한다는 것일 게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으니 주위를 잘 살펴 진정한 지방의 리더들을 뽑아야 한다. 촛불을 피워 올려 국정 농단 세력들을 몰아내고는 있지만, 해방 이후부터 누적된 문제로 인한 국가 위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가 참으로 중요하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자율적 삶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이 국방이나 외교, 나아가 통화와 같은 필수적 업무를 담당한다면, 지방에서는 자율성을 갖고 행정과 재정 등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방제 수준의 포괄적 자치 분권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지방자치를 훌륭하게 이끌어갈 인물들을 뽑는 데에 과거와 같은 안일한 투표는 절대 안 된다.

『어린 왕자』에서 어리석은 어른들은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 뱀’을 보면서 ‘모자’라고 치부한다. 어른들은,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놓이고 지붕 위에는 비둘기가 날아드는 멋진 벽돌집이라 하면 못 알아듣고, 시세 100만 프랑짜리 집을 봤다고 해야 알아듣는다고 한다. 숫자놀음만 좋아하고,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른들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기업인 출신 대통령을 뽑았다. 경제만은 살려야 한다고 했으니까. 위선적이며 허영에 찬 욕망, 그건 당시에 뽑힌 대통령만이 아니라 그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있지 않았을까? 4대강 개발, 뉴타운, 해외 자원개발, 다스 실소유주 논란 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행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면서 어른들은 잘살아 보자던 독재자 아버지의 후광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늘(?)’만 다듬으며 ‘역린(逆鱗)’을 두려워하는 척하는 부역자들의 행복만을 추구했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지방은 중앙의 기획과 통제에 따라 특정 산업을 생산하는 기지였다. 지방은 중앙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들여올 수 있다며 설레발을 치는 인간들에게 한자리씩을 주곤 했다. 그리고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이 치열해지면서, 중앙에서 내려주는 떡고물 싸움으로 되지도 않을 발전 기획과 똑같은 엿판을 늘어놓는 지역축제를 벌이곤 했다. 지방 스스로 기획하고 설계하며, 관리하고 경영하는 자치 능력을 온전하게 가져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 왕자는 말했다. 어린 왕자가 생텍쥐페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꽃 한 송이를 향한 그의 간절한 마음 때문일 거야. 마치 불꽃과 같은 장미가 그의 마음에 빛나고 있어.”라고 했다. 어린 왕자가 물을 주고, 햇빛을 막아주며 노심초사했던 꽃은 어린 왕자를 길들였고,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만이 진정한 우정이요 사랑이라 했다. “불꽃은 잘 보호해야 한다. 한줄기 바람에도 꺼질 수 있으니…” 올해 진정한 불꽃을 가진 이들이 지방자치 시대의 사방에서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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