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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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21세기는 ‘인권의 세기’이다. 20세기가 민간인 대량학살과 핵무기 개발로 멍든 ‘극단의 세기’, ‘전쟁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평화의 세기’, ‘생명의 세기’, ‘인권의 세기’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21세기는 차별 없는 세상, 핵무기 금지, 지속가능한 발전, 공존의 세기여야 한다. 특히 2018년은 제주학살과 4·3봉기,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 되는 의미심장한 해이다.

그동안 인권은 사회경제적 약자나 소수자의 권리 보호 등을 표상하는 데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의 한 귀퉁이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인권 변호사이자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교수로서 인권과 차별 반대, 노동법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샌드라 프레드먼은 인권 실천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 의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왜 인권 실천을 위해 국가는 적극적 의무를 행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그 정당성을 규명함으로써 인권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인권이야말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이며 자칫 부서지거나 약화될 수도 있던 위기 상태를 벗어나게 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임을 입증하고 있다.

기존 인권 담론은 권리를 주장하는 주체로써 개인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보니 개인의 권리를 충족시킬 국가의 의미가 지닌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국가는 시장과 시민사회, 정치사회를 아우르면서 기능하는 갈등의 조정과 중재자여야 했으나 실제로는 공공 갈등의 발원지가 되기도 했다. 국가는 전쟁이나 독재시기에 그 자체로 인권침해의 온상이기도 했다. 국가는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인도에 반하는 죄를 자행한 국가범죄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 인권담론과 본질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해진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라는 최고의 정치공동체가 구현해야 할 핵심 구성 원리는 다름 아니라 인권이다.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인권보호를 실천하는 주체로서 국가는 제대로 그 적극적 의무 수행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인권 실현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인간권리를 실현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민주주의를 장려하고 공고화하게 만드는 범위 내부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 행위 역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법부는 주권자인 모든 사람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정치 과정에서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발언할 기회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역할과 많은 시민들이 온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할 수 있는 물질적·사회적 전제조건을 보장해 주는 역할, 더 나아가서는 심의민주주의를 더욱 잘 할 수 있게 해 주는 촉매기구로서 기능하게 하는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수많은 정부기구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를 다하기 위한 기구와 수단들이 있어 왔지만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보장이 여러 가지 권력행사와 이해관계에 의해 무시되고 훼손되며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프레드먼이 제안하고 있는 ‘인권의 대전환’은 이런 한국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잘 할 수 있는 지혜의 실타래를 제공해 준다. 과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권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 해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려는 지침을 보여주고 있다.

인권의 가치는 자유와 평등, 연대이다. 인권의 내용은 법 앞의 평등, 시민의 적극적 자유,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연대이다. 예를 들면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전 지구적 시장 자유화의 물결에 적극 대처하는 데 있다. 국가와 사법부, 시민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상승 작용적 접근을 통해 평등을 신장하고, 민주주의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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