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순기능·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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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일터로 나가고, 그것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고민한다.

돈이란 사회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혹자는 돈은 그 사회의 가치 척도라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삶의 전부라 하며, 한편에서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사용하는 이들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단적으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와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돈 나고 사람 났나, 사람 나고 돈 났지’ 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없는 사람의 푸념 같지만 맞다. 사람이 먼저다.

돈은 유통 수단이며, 물건의 가치를 정하고, 생활하는 데 편리하게 만들어진 한낱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늘날은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구입하면서 인생역전을 노리는가 하면, 경마장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부동산 투기에다, 사기를 치기도 한다. 형제간에 정도 끊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일들도 벌어진다. 자신이 갖고 있는 99%에 남의 갖고 있는 1%를 빼앗아 100%를 채우려 하는 사람도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 정치인들도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높은 자리에 앉아 떵떵거리던 관리자들이 하루아침에 뇌물죄로, 힘들게 얻은 권력과 명예도 잃고 영어의 신세가 되는 것을 보면, 참 딱하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는 요술지팡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돈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같지만, 지나친 재산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기도 한다. 영국의 철학자이며 정치인인 프란스시 베이컨은 ‘돈은 최고의 하인이면서도 또한 최악의 주인이다.’ 라고 했다.

얼마 전, E 병원 신생아실에서 4명이 사망했다. 출생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를 두고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병원이 불합리한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며, 환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면서 남은 주사 용액을 폐기하지 않고 신생아들에게 주입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칙상 한 주사기로 용액을 뽑은 후에는 잔여량에 상관없이 남은 액은 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병으로 여러 신생아들에게 나누어 투약했다는 것이다.

병원의 돈에 대한 탐욕과 과욕에서 빚어진 결과다. 인술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병원에서조차 자신의 책무를 망각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리다.

우리 삶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정신적인 행복은 뒤처진 느낌이다. 물질적인 면은 풍부할지 모르지만, 마음에 여유도 없고 각자도생이다.

돈으로 사람을 웃게도 만들고, 울리기도 하며, 부의 축적을 행복의 잣대로 삼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가 필요하다. 돈이 사람에 예속되어야지, 사람이 돈에 종속되어서는 안된다.

돈은 칼날의 양면과 같아, 잘 쓰면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암적 존재가 되어 생명을 빼앗아 갈 뿐이다.

행복의 잣대는 돈이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가치 있게 쓰는 자세가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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