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영향력을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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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인간을 비롯한 동ㆍ식물은 다양한 색들의 파노라마에 파묻혀 살고 있다. 인간이 하루에 눈으로 보고 뇌에 입력하는 색깔의 수가 무려 3000~3만5000 가지 정도 된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색깔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색깔의 응용은 의학, 산업, 경제, 군사, 농업, 교통, 의식주 등 전 분야에 걸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색채론을 학문적으로 분석할 때 ‘사회학적 접근법, 문화사적 접근법, 미학적 접근법, 심리학적 접근법’ 등으로 대별할 때도 있다.


인간은 눈을 감아도 생리적으로 색의 영향을 받는다. 피부와 망막의 감광성은 그만큼 뛰어나다. 자외선이 피부에 반응하듯이 가시광선 영역 파장, 즉 색도 영향을 미친다. 색의 영향력은 특히 신경증 환자와 정신질환자에게 명백히 나타나고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해 입증ㆍ보고되었다.


또한 색은 청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불쾌한 소리는 더욱 그렇다. 특정한 소리가 색과 연결되고 뇌에 통합되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동수가 높은 소리(날카로운 소리)가 나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어두운 색이 진정효과가 있고, 진동수가 낮은 소리의 소음 공해를 견디는 데는 밝은 색이 효과적이다.


이처럼 시각은 생리 뿐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벽지가 오렌지색이나 빨간색처럼 따뜻한 색으로 꾸며진 방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와 상반되는 것으로 모니터 배경색이 따뜻한 색일 때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실제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컴퓨터 바탕 화면이 차가운 색이면 다운로드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진다. 이것은 남성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빨간색-오렌지색으로 장식된 작업실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파란색-초록색 작업실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실내온도가 3~4 ℃ 더 높다고 느낀다. 물론 파란색 계통의 잔에 담긴 음료보다 빨간색 잔에 담긴 음료는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런 측면에서 고산지대를 등산할 때, 스키를 즐길 때는 빨간색 계통 점퍼 덕분에 따뜻함을 느끼며 추위를 잊는다.


빨간색은 후뇌를 자극하여 인간의 사고력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킨다. 후뇌가 우세해지면 인간의 뇌는 사고력 지능보다 원초적 지능이 생존력을 촉진하는 쪽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빨간색 환경은 지적인 사고를 촉진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싶으면 빨간색 넥타이 등 의상을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 빨간색 넥타이 애호가 중에는 정치가들이 많다.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만드릴 원숭이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도 있다. 빨간색이 짙은 얼굴, 엉덩이, 생식기 등을 지닌 수컷일수록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으며 더 공격적이다.


빨간색 채도가 비슷한 수컷 사이에서는 치열한 대립, 위협, 싸움 등이 빈번히 발생한다. 그들의 채도가 상이할 경우는 대개 색이 옅은 수컷이 경쟁을 포기한다. 색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도 흥미롭다.


호주의 한 연구자에 의한 실험 결과를 보면, 방울새는 머리에 빨간색 또는 검은색 깃털을 지니고 있는데, 빨간 깃털 새들이 검은 깃털 새들을 지배한다. 검은 깃털 새들은 빨간 깃털 새들과 싸우려들지 않아서 빨간 깃털 새들이 먹이 쟁취에서 승자가 된다.


색은 인간의 감정과 기분, 성격과 몸 상태에 영향을 미치며 상황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 작용을 한다. 따라서 색채의 힘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면 주변 환경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환언하면, 색채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맞닥뜨릴 때 특유의 에너지로 큰 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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