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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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삼다수, 사장 오경수)에 전화를 걸면 경쾌한 컬러링이 나온다.

먼저 컬러링을 인용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지하 420m의 화산 암반층이 18년 동안 거르고 걸러 제주의 맑은 물 중 단 0.08%만 삼다수가 될 수 있대요. 이렇게 귀한 물이 우리 곁에 있어 참 행복합니다.”

삼다수 공장은 제주시 조천읍의 남조로 변에 있다. 제주에서 110여 회의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한라산의 수많은 천연 화산 층을 통과하여 만들어진 순수한 화산암반수다. 당연히 국내에서는 다른 지방에서 화산암반수가 있을 수 없다.

제주의 수돗물은 아직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수질이 좋다는 평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대로 마시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먹는 샘물’을 판매하는 회사가 열군데도 더 되지만, 삼다수가 수년째 품질 좋기로 1등을 하고 있다. 삼다수는 휴대용이 0.5리터, 가정용은 2리터 단위로 포장돼서 판매하고 있다.

제주의 자랑이자 생명수로 통하는 지하수는 이제는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님을 경고하는 수준까지 왔다. 언제부터 ‘세계 물의 날’이 제정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가 11회째인 것 같다.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게 물’이라는 제주의 속담도 있지만, 당치 않은 소리가 될 날은 벌써 도래했다.

중학교 시절에 한라산 등반 때였다고 생각 한다. 미리 물을 챙기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 내려오는 길에 갈증이 생기기 시작하자 미칠 지경이었다. 거의 하산을 완료했을 때야 냇가가 나타났다. 물이면 됐지 깨끗한 물이고 아니고를 가릴 겨를이 없었다. 소처럼 물가에 엎드려서 물을 마셨을 때의 그 물맛을 잊지 못한다. 삼다수하고 비견될는지 모르겠다.

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반농촌인 시골의 길옆 논 구석에서 솟아나는 용출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디에 그런 용출수가 있는지도 한눈에 알고 있었다. 어디에서 솟아나는 물이건 눈으로 봐서 깨끗하다 싶으면 그것이 음용수였다. 지금은 어림도 없는 얘기다. 감귤농사로 과도한 농약사용이 음용수와는 거리가 멀게 한다. 서쪽 서호리 지경에 논물을 대기 위한 용출수는 얼마나 달고 시원했던가. 그 용출수는 가뭄에는 솟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모처럼 물을 마실 요량으로 찾아갔는데, 물이 솟아나지 않았을 때의 아쉬움이란 비교할 바가 없었다.

고향에서도 정수기를 들여놓고 음용수를 마시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엔 정수기 사용을 마뜩치 않게 생각했지만, 이젠 정수기만도 믿을 게 못된다. 그저 삼다수이거나 끓인 물을 음용수로 삼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정수기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수돗물의 질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지금은 일 년이 다 가도 수돗물이 어쩌고 하는 기사를 본 일이 없다.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먹는 샘물인 삼다수를 마시고 있으니 조용해질 뿐이 아닌가 한다.

서귀포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고 자랑하던 때도 지났다. 60여 년 동안 청정 서귀포에 살면서, 자랑할 것을 하나 둘 뺏기다가 이제 물마저 뺏길 위기다.

제주에서 물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은 경조사 때다. 옛날에는 콜라, 사이다, 감귤주스 등이 음료로 자리 잡았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2리터용 삼다수 하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다수에 대해서 불평하는 사람을 여태 본 일이 없다.

물도 변하는 세상에 살지만 옛날에 대한 그리움이라도 변하지 않게 할 일이다.

제주의 자랑은 자연자원만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삼다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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