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족은노꼬메오름-사슴 노닐던 풍요로운 능선…'위대한 고요' 선사
(70)족은노꼬메오름-사슴 노닐던 풍요로운 능선…'위대한 고요' 선사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8.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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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노꼬메보다 작아 '족은' 붙어
평평·완만한 길…아이들도 걷기 좋아
조선 초기 제주마 목장 5소장 위치
상잣성 일부 복원…'호젓한 산책로'
정상서 한라산·서부지역 한눈에
▲ 족은노꼬메오름과 큰노꼬메오름이 어우러진 모습.

형제처럼 서로 마주하고 있는 오름은 왠지 모르게 정겹다. 마치 서로가 격려하며 지탱해 주는 힘을 지닌 듯하다.


이름도 형님, 아우 하는 것처럼 ‘큰00오름’, ‘작은00오름’ 이렇게 붙는다. 특별할 것도 없지만 홀로 우두커니 솟아있는 오름보다는 덜 외로워 보인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자리한 족은노꼬메오름도 큰노꼬메오름과 나란히 붙어있는 형제 오름이다. 몸체가 큰노꼬메오름보다 작아 ‘족은’이 붙어 족은노꼬메오름으로 불린다. 예전에 이 오름에 사슴이 살았다고 해 소녹고악(小鹿古岳)이라고도 한다.


오름의 이름이 족은노꼬메지만 표고 774.4m, 비고 124m로 다른 오름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꽤 큰 편이다. 단지 곁에 큰노꼬메오름이 있어 ‘작은노꼬메’라고 했을 뿐이다.


족은노꼬메오름으로 가는 길은 여러 경로가 있는데,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오름 초입부분까지 쉽게 진입이 가능하다.

오름을 오르기 위해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피톤치드 가득한 향내가 기분마저 상쾌하게 한다. 길이 호젓하고 잘 정비돼 있어 어린아이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요즘같이 눈이 많이 온 때도 이 길 만큼은 평평하고, 굴곡지지 않아 쉽게 다닐 수 있다. 잠시 숲속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오름을 오르지 않고 이 길만 따라가도 충분한 힐링을 얻고 돌아올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중간에 갈림길을 만나는데 친절하게 족은노꼬메오름과 궷물오름으로 향하는 안내판이 마련돼 있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빛이 들어와 연출되는 분위기는 신비롭고 영험한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옛날 테우리들이 넘나들던 이 곳은 제주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로 족은노꼬메 오름 주변이 조선 초기인 1492년(세종 11)에 제주마 관합목장 조성 당시 5소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지금도 상잣성 원형이 일부 남아있기 때문이고, 지금은 복원돼 그 길만 따라 걸어도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 제주지역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으로 흔히 밭담으로 이뤄진 돌담과 목적이 명확히 구분된다.


중산간 해발 150~200m 사이의 하잣질, 해발 350~400m사이의 중잣질, 해발 450~600m 사이의 상잣질로 나눠진다. 이 상잣질이 이곳에 길게 이어져있다.

 

▲ 족은노꼬메오름 정상에 오르면 바위로 된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표지석에 따르면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고 상잣질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 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월의 흔적을 반영하듯 이끼가 끼고 넝쿨 식물의 터전이 돼버린 돌담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상잣질을 둘러보고 나면 족은노꼬메 입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큰노꼬메오름에 비해 완만하긴 하지만 꽤 덩치가 커서 오르는 중간 중간 숨이 차서 종종 걸음이 멈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름을 올라 정상에 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정상부는 남~북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마주보면서 북서쪽으로 향한 말굽형 굼부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기슭까지 이어진 것은 여느 오름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모습이다.


한라산부터 한대오름, 큰노꼬메오름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풍요로움과 고요함을 선물한다.


정상에서 큰노꼬메오름으로 빠지는 길이 있어 시간과 체력이 남았다면 이 곳을 둘러보길 권한다.

 

 

▲ 족은노꼬메오름 정상에서는 한라산과 서부지역 모습이 한아름에 들어온다. 한라산부터 한대오름, 큰노꼬메오름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탁 트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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