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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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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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국민청원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영국이다. 온라인 청원에 1만명 이상 서명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나아가 10만명이 넘을 땐 의회가 논의한다.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 재투표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만 120만명이 참여했다.

미 백악관 청원사이트는 ‘위더피플’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열린 정부 구상에 따라 개설됐다. 30일 동안 10만명 넘게 서명하면 의무적으로 답변하도록 돼 있다. 일본 네티즌이 캘리포니아에 세워진 평화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청원하자 한인사회가 ‘소녀상 지키기’ 청원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자국 대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청원운동이 벌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치적 농담’에 가까웠지만 온라인 청원운동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근래 한국에서도 국민청원 열기가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국민소통 광장’을 개설한 이후다. 백악관의 청원사이트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30일간 20만명이 서명한 청원에는 공식 답변을 내놓고 있다. 1호 답변은 ‘소년법 개정’ 청원이다. 40만명이 서명하자 “나이를 낮추는 것보다는 범죄 예방이 중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 외 다양한 청원과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비롯해 ‘여성의 국방의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반대’, ‘권역응급외상센터 지원방안’ 등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모았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청원은 60만명이 동의한 나영이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 반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맡은 정형식 판사를 특별감사 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8일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청원 글이 올라온 지 4일 만의 일로 국민청원 게시판 도입 이후 최단기간이다.

헌데 그 내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파면 주장부터 석궁테러 언급까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법관 파면은 ‘그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가능하다. 국민의 법 감정과 상반되는 판결이라는 주관적 이유로는 파면이 불가능한 것이다. 정 판사가 지금껏 해온 판결을 들춰 흠을 잡거나 자질 시비마저 벌어지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시민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집단적 압력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론의 장도 좋지만 이성적인 민의(民意)가 전제돼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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