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자-기를 아래로 내려 기침·변비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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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에 근래 보기 드문 폭설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내에서는 출퇴근 걱정이 먼저겠지만 이 한파로 긴 한숨을 쉬는 분들이 있으니 바로 무를 비롯한 월동채소 농가들이다.

 

제주는 타 지역과 달리 1~2월에도 노지 재배가 가능하기에 월동채소는 제주 농민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월동무의 경우 성산읍을 중심으로 한 제주산의 점유율이 80%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한파로 얼었다 녹으면서 무가 물러지는 스펀지 현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 피해 정도가 미수확한 월동무의 80%까지 예상되어 벌써부터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이다.

 

한파가 오기 직전 만해도 풍년으로 인한 공급량 증가로 가격이 지난해의 1/3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산지 폐기까지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새옹의 말)’ 즉 변방 노인의 말처럼 복이 되었다 화가 되었다 한다는 의미인데 이쯤 되면 ‘새옹지무’라 하겠다. 들쑥날쑥한 이 '새옹지무’를 잘 관리할 방법은 없을까.

 

혹시 무꽃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껏 우리가 접했던 무는 그 일생의 전반일 뿐이다. 아직 본연의 모습이 남았으니 봄이 되면 사람 허리만큼 자라 보라 빛 도는 하얀 꽃을 무성하게 피운다. 당연히 씨앗을 맺음은 물론이다. 내복자라고 하는 이 씨앗이 한약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내복자(萊菔子)는 무(Raphanus sativus Linné)의 잘 익은 씨로 소식약(消食藥)에 속한다. 소식약은 음식물 소화를 촉진하여 소화불량으로 인한 더부룩함, 트림,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 내복자의 주요 효능은 한마디로 하기(下氣)작용 즉, 기를 아래로 내리는 작용이다. 그 효능은 소화기능 외에 기관지에도 작용하여 기가 올라오는 기침과 천식에도 좋다. 단, 몸이 허약해서 오는 기침에는 좋지 않다.

 

실증에 주로 쓰는 약으로서 인삼, 숙지황 등의 보약을 쓸 때는 함께하지 않는다. 태음인의 대표약인 태음조위탕 등의 주요약으로 들어가 비만한 태음인에게 좋다고 볼 수 있다.

 

약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무(나복, 蘿蔔)에도 비슷한 효능이 있어 적체(積滯)를 제거하고 기를 내려 소화기관을 편안하게 한다.

 

잎 또한 소화를 돕는 효능이 있는데 가슴이 더부룩하며 갑갑한 증세에 좋다. 잎을 활용한 시래깃국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에 한파가 몰아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한다. 북극 온도의 상승으로 북극 한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북극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기 때문이란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영향은 이제 여름철 폭염, 폭우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역대급 혹한을 겪었듯 겨울철 한파 또한 일상적인 일이 될지 모른다. 그런 만큼 잦은 기상 이변에 따른 월동채소의 가격 등락이 앞으로도 계속될 우려가 높다.

 

무가 과잉 공급될 때 산지 폐기하지 말고 봄까지 두어 내복자를 수확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잎과 무의 기능성도 뛰어난 만큼 냉해를 입었을 때는 원물 형태가 아닌 다양한 2차 가공품으로도 활용할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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