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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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기도 한다. 도시개발과 같은 국가 정책으로 자신의 터전을 잃었거나, 내전으로 조국을 떠나 국제난민이 되어 떠돌기도 한다. 이렇듯 곳곳의 지구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원했든 강제로 고향을 떠났든, 사람들은 고향에 가고 싶을 때 바로 갈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어 더욱 고향을 소중하게 느낀다.

최근 국내외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제주에 온 사람은 1만4005명이었다. 1년 동안 매일 38명이 제주에 온 것이다. 그 중 45.5%가 직업을 구하고자 이주를 했다고 한다. 또 제주에 사는 외국인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작년 말 기준으로 2만1689명이나 된다. 그들은 자신의 조국, 고향을 떠나 결혼해 정착했거나 일시적인 돈벌이를 위해 제주에 머물고 있다.

과거 제주는 혈연 공동체로서의 고향이었다면, 지금 제주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다문화 공동체다. 제주에서 타향살이나 타국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명절 때나 생일, 삶이 힘들 때면 자신이 떠나온 고향을 많이 생각할 것이다. 고향에 부모, 형제, 친구가 있어 자신의 기억을 묻어둔 곳이기 때문이다. 김소월은 고향을 “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 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라고 노래했다.

제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이동이 어렵다. 고향에 가고 싶다고 언제든지 제주를 떠날 수 있거나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노래가 있듯 누구든 자신의 터전을 떠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먹고 사는가보다.

옛날 제주 해녀들은 바다를 건너 타향에서 물질을 하며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낸 적이 있다. 또한, 불법이든 합법이든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위해 경제적인 도움을 주며 고향 발전을 자신의 긍지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제주는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 또한 과거 재일제주인처럼 고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타향으로 왔다. 이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옛날 제주인들이 가졌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명절 때가 되면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전국적으로 올해 설날에 40% 정도의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한다는 예측이 있다. 요즘 제주는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행을 오는 사람들로 인해 항공편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래도 고향에 오는 사람들은 부모님이나 고향 사람을 만나 향수를 달래거나 조상에게 예(禮)를 갖추기 위해 먼 길을 힘들어도 오는 것이다.

사람에게 고향이 있다는 것은 결국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는 자신만의 오래된 과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 때면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 고향을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말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다. 여우도 죽을 때면 자신의 머리를 태어난 동산 쪽을 향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마도 고향이라는 말 속에는 부모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들의 원초적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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