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후군
증후군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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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설렘이 앞선다.
설 명절이 목전이라 그런다. 예나 지금이나 명절이 돌아온다고 신이 나는 것은 어린이들이다. 골목마다 힘찬 줄달음이 연속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세뱃돈 얻어낼 궁리를 하고 가슴이 부푸는데, 필자가 소싯적엔 세뱃돈을 받는 것 보다는 새 옷 입어보고 곤밥과 여러가지 떡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데 더 큰 기대를 갖고 신이 났었다. 어른들은 ‘조그만이 먹었당 큰아버지 집에 강 잔뜩 먹으라’는 말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두 서너 군데 명절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입맛만 다실 수밖에…. 그래도 욕심이 나서 적꼬치에 떡과 고기, 과일을 꿰어 다녔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과 친척이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고 푸근한 정을 느끼게 되므로 즐거웠다. 어른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이 몰라보게 쑥쑥 자란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재롱떠는 걸 보며 웃음이 그칠 줄을 몰랐다.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한 오늘의 명절은 어떠한가?
맞벌이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과 며느리가 명절 때마다 고향으로 내려온다.


내려오자마자 명절 준비로 쉴 틈이 없다. 집 안 청소를 비롯해서 냉장고를 정리하고, 장보기, 음식 장만 등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며 한숨부터 나올테다.


옛적에도 번거롭고 짜증이 나면 ‘아이고 나이 혼살 먹젱헤도 원 무사 영복잡혼디사 멩질이엔 혼 거 읏어시멘 좋겨!’ 하고 푸념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명절 연휴가 끝나면 상경해서 쉴 틈 없이 바로 출근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명절 증후군으로 며칠씩 끙끙 앓게 되리라.


결혼한지 몇 해 되지 않은 부부가 항공기 내에서 오간 설에 대한 대화를 들어보자. 아내가 남편에게 투정을 부려 보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으면 못한다고 하지 그랬어.” 라는 말로 응수하는 남편의 말에 할 말을 잃어버린 아내다. 기뻐야 할 명절이 기쁘지만은 않은 명절로 바뀌어 버렸다. 형제, 자매 간, 시댁과 며느리 사이, 처가와 남편 간에 쌓여 왔던 부정적인 감정에 불을 당겨서야 되겠는가?


‘명절 증후군’ 환자나 다름없다.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생기는 일종의 문화 증후군이다.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즐겁게 맞아야 할 축제인 느낌표 명절이 심적 부담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은 주방에서 동동거리는데, 남성들은 한가롭게 오락을 즐기고, 회포만 푸는 것은 마음 편치 못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명절을 건너뛸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일의 부담을 나눠 갖는 지혜가 따라야 하리라. 상차리기나 설거지, 심부름 등 명절 준비와 끝날 때까지 나눠지는 일을 윷놀이나 고스톱을 치는 오락놀이로 결정해 보는 것을 어떨까?


일의 부담을 서로 서로가 나눠 갖고 줄여 나간다면 가족들의 유대감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일에 시달리는 여성들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가족이 조금씩 일을 나누고 좀 더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고 함께 치르는 축제가 돼야 한다.


명절의 본뜻은 축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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