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미혼의 김모(34)씨는 매년 설만 되면 고민에 빠진다.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몰라서다. 설만 학수고대한 조카들을 생각하면 좀 더 후한 세뱃돈을 준비해야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니 맘껏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씨가 세뱃돈을 줘야 할 대상은 조카들과 4촌 동생 등 모두 8명이다.


김씨는 그동안 초등학생 이하는 1만원, 중·고등학생은 5만원을 줬다. 작년 수준의 세뱃돈을 생각하고 있지만,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4촌 동생에게는 10만원을 주기로 했다.


모처럼 만나는 친지들의 선물과 부모님 용돈까지 생각하면 김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직장인들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지출하는 '적정한' 세뱃돈은 어느 정도일까.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나눠 '1-3-5'와 '1-5-10'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직장인 1천3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1만원이 5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만원과 3만원이 각각 11.3%, 11.8%로 뒤를 이었다.'


중학생은 5만원(37.5%), 3만원(25.9%)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은 5만원(36.6%)과 10만원(35.9%)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3일부터 25일까지 1천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초등학생은 1만원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중학생은 5만원(39%)과 3만원(22%)이 많았고, 2만원(14%), 1만원(10%)도 적지 않았다.


유진그룹이 최근 임직원 1천3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세뱃돈의 평균액 다른 조사보다 다소 높았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이 각각 1만8천원, 3만2천원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각각 5만1천원, 6만9천원이고 대학생은 9만2천원이다.


김씨는 "용돈을 잔뜩 기대하고 있을 조카들을 생각하면 세뱃돈을 더 넉넉하게 주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작년처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동료들도 작년 수준에서 세뱃돈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탓에 설을 앞둔 금융기관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설을 앞두고 금융기관 창구마다 세뱃돈으로 쓸 빳빳한 신권(新券)을 구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요즘은 신권 교환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 굳이 1인당 한도를 정해 신권을 교환해주는 금융기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데다 2009년 5만원권이 나오면서 세뱃돈으로 필요한 전체 화폐 수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금융기관은 지난 12일부터 세뱃돈용 신권교환을 시작했다.


농협 충북도청 출장소는 1인당 한도를 30만원으로 정해 놓고 신권을 교환해주고 있으나 수요가 예전처럼 많지 않아 한도를 정한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농협 청주물류센터 지점은 1인당 신권교환 한도를 아예 정하지 않았다.'


농협의 한 지점 관계자는 "우리 지점이 작년에 세뱃돈용으로 2억5천만원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신권 배정을 2억원만 신청했다"며 "설을 앞둔 신권수요가 몇 년 전과 비교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설을 앞두고 지점마다 신권을 더 배정해달라고 청탁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