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봄, 반가운 대학친구를 만났다. 육지의 모 지역에서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 제자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테마학습여행(수학여행)을 온 것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즐겁게 대화를 마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도외의 고등학생들은 제주도에서 어떤 테마학습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 친구에게 여행일정을 부탁해 받아보았다. 3박4일의 일정이 꽤 바쁘게 짜여있었다. 천지연폭포, 주상절리, 산방산, 용머리해안, 우도, 성읍타운, 성산일출봉,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함께 대여섯 개의 상업용 전시관, 박물관, 공연장과 공원 등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제주도의 테마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하늘이 내려준 아름답고 신비로운 제주도의 자연자원이 그 하나라 생각한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UNESCO 세계지질공원이고, 한라산과 주위의 화산동굴, 하천, 지형, 섬이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제주도 어느 바다를 바라보아도 화산암반에 출렁이는 물결이 파랗게 맑고, 뒤로는 오름들 사이로 솟은 구름모자 쓴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다. 운 좋은 날이면 높은 구름을 뚫고 중산간 들판으로 내려 비추는 햇볕과 그 사이로 유유히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수도 있다. 공기가 맑고 시야에 막힘이 없어 가능한 경관이다. 한라산을 오르면 예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오직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들꽃, 산꽃도 있다.

제주도는 또한 우리 정부가 공식 지정한 세계평화의 섬이다. 지난 백 년의 근현대사에서 아시아 전체를 전쟁터로 삼은 일본이 할퀴고 간 자리가 알뜨르 비행장과 격납고 시설로, 섬 곳곳의 일본군 진지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잠깐 언급되고 마는 제주 4·3사건의 유적은 말할 것도 없다. 4·3 평화공원, 4·3 기념관처럼, 평화롭지 못했던 과거의 아픔을 기억해 오히려 평화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한 제주도의 노력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제주도내에 적지 않다.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안전하게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시간과 장소와 같은 물리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수 있고, 도외의 고등학교와 일정을 짜는 여행사에서 제주도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다. 수도권으로 테마학습여행 가는 필자의 중학생 아들딸이 가장 좋아하는 일정이 ‘○○랜드’인 걸 보면, 진지한 진짜 ‘제주도 테마학습’에 육지 고등학생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 먼저 사업을 진행하면 어떨까? 첫째, 육지 고등학생들이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테마학습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주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제주도에 도착하는 학교마다 숙소를 중심으로 도외 고등학생에게 필요하고도 중요한 제주도의 ‘테마’와 관련된 장소를 적절하게 안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여유 있는 일정이 좋다. 천천히 올레길을 걷는 시간도, 가까운 해안도로 산책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둘째, 자연선생님, 평화선생님을 한 명씩 배정해서 육지의 고등학생들과 일정을 함께하도록 지원해주자! 고등학생은 어린이가 아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특정한 장소와 기념물의 역사와 의미를 알게 되면 관심과 흥미 또한 생기리라 믿는다.

육지 고등학생의 제주 테마학습여행은 제주도에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관광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맡게 될 가장 귀중한 손님이다. 귀중한 손님은 귀중하게 접대해야 하는 것이 제주도에 살고 있는 주인의 도리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다. 매서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으니, 곧 새 봄이 다가올 것이다. 도외에서 오는 젊은 친구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고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