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에 대한 단상
고향(故鄕)에 대한 단상
  • 제주신보
  • 승인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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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여관의 차디찬 등불에 홀로 잠 못 이루니(여관한등독불면, 旅館寒燈獨不眠)/ 나그네의 마음이 어찌 이리 처량한고(객심하사전처연, 客心何事轉悽然)/ 오늘 밤 고향을 생각하니 천리길 밖인데(고향금야사천리, 故鄕今夜思千里)/ 서리 같은 귀밑머리 내일이면 또 한 살을 먹네.(상빈명조우일년, 霜鬓明朝又一年)’

 

섣달 그믐날 밤, 중국 당나라의 시인 고적(高適, 707~765)이 천리타향의 낯선 여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원제(原題)는 제야작(除夜作)이다. 내일이면 설날인데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객지에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나그네의 아픈 마음을 그렸다. 고된 타향살이 속에 이룬 것도 없이 흰머리만 늘어나는 착잡함이 더해진다.

 

▲고향(故鄕)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고향은 자기를 낳고 기른 어머니와 하나가 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나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도 고향으로 정의된다. 이로 볼 때 고향은 나의 과거가 있는 곳이며, 정이 든 곳이고, 일정한 형태로 내게 형성된 하나의 세계이다.

 

객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그곳엔 추억과 정, 포근함과 다정함, 안타까움과 애틋함 등이 있다. 골목길 따라 고만고만하게 들어서 있는 집들이며, 하루 온종일 지친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뛰놀던 들판이며, 미역감고 물장구치던 개울 등이 아련히 떠오를 때면 가슴이 짠해진다.

 

▲‘고향을 떠나면 천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제 고향이나 제 집을 떠나 낯선 고장에 가면 자연 천대를 받기 쉬우며 고생이 심하고 외롭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어쩔수 없이 고향을 등진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제각각이다. 그중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거나, 또는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고향을 떠났거만,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鄕愁) 때문이다. 노산(蘆山) 이은상(1903~1982)이 만든 노랫말 ‘가고파’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의 여러 구절이 그것이다.

 

▲오늘만 지나면 음력으로 한 해의 끝자락인 섣달그믐이다. 그리고 바로 설이다. ‘민족 대이동’이 이미 시작됐다. 이번 설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것이다. 물론 갖가지 이유로 귀향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잖을 게다. 그들에게 고향은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각박한 세상살이를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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