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판치는 농어촌민박, 손 놓은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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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역에 불법·편법 농어촌민박이 난립하는 모양새다. 행정의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불법시설들이 마구 들어서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건 당국이 이를 확인하고도 묵인해왔다는 점이다. 도감사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말 기준 도내에 산재한 농어촌민박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다. 그 내용 면면이 너무한다 싶을 정도다.

농어촌민박은 주인이 직접 거주하며 연면적 230㎡ 이내 단독주택에서만 할 수 있다. 관광 활성화와 농어민 소득증대를 위한 취지이다. 그럼에도 이번 감사에서 실제 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민박을 운영한 182곳이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여러 곳의 농어촌민박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하다 적발된 사례도 162곳에 달했다.

관리·감독도 터무니없이 부실했다. 농어촌민박이나 숙박업 398곳이 불법 영업을 이어갔지만 양 행정시가 묵인한 것이다. 예컨대 제주시의 한 민박은 2004년 9월 단독주택 22군데를 건축한 뒤 7군데만 농어촌민박으로 지정받고, 나머지 14군데는 숙박시설로 불법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놔두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농어촌민박의 무단 용도변경이나 증축 사례도 많았다. 제주시 33곳과 서귀포시 13곳이 주거용이나 창고 등으로 전용해도 당국은 모른 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농어촌민박이 잘못 가는 데도 관리감독이 소홀한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애초 사업 취지가 크게 훼손됨은 물론이다.

이로 볼 때 농어촌민박의 탈법 수준은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1993년 제도 도입 후 폐지와 경과규정을 반복하면서 불법이 성행하고 있고, 단속행정을 비웃는 형국인 탓이다. 결국 불법을 방조하다 이런 결과를 자초한 행정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지키며 민박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사실상 소외되고 있잖은가.

상황이 이럴진대 불법을 일삼는 농어촌민박들이 생활오수를 제대로 처리하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적법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농어촌민박과 정식 숙박업으로 전환해야 할 곳을 확실히 구분해 법대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잘못 개정된 조례를 바로 잡아 행정 신뢰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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