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出師)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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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과거에 비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대한 생각도 크게 변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출세해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싶은 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열망이다. 공자(孔子)는 유교 경전의 하나인 효경(孝經)에서 바로 그것을 효의 완성으로 여겼다.

사람이 세상에 나아간다는 건 벼슬길에 오른다는 것을 말한다. 즉 공직에 진출하는 것이다. 허나 누구나 가능하지 않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몸과 마음을 닦고(修身) 집안을 안정시킨(齊家) 후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천하를 평정해야 한다(平天下). 이 역시 공자의 명언이다.

그렇다면 세상에 어떻게 나아갈까. 그 방법엔 이른바 삼거(三擧)가 있다. 그중 과거(科擧)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천거(薦擧)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선거(選擧)는 경쟁 상대와의 투표를 통해 선량(選良)으로 선출된다. 민심을 얻어야 하는 만큼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출사(出師)는 군대를 싸움터로 내보내는 출병(出兵)과 같은 뜻이다. 여기서 ‘사(師)’는 ‘스승’이 아니라 ‘군대’라는 의미다. ‘표(表)’는 임금에게 올리는 상주문(上奏文)을 가리킨다. 따라서 출사표(出師表)란 장수가 출병하면서 필승의 각오와 다짐을 적어 임금에게 바치는 글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승상인 제갈량(諸葛亮)이 2대 황제 유선(劉禪)에게 올린 글이 효시다. 1대 황제인 유비(劉備)는 위나라 땅을 수복하지 못하고 죽으면서 “반드시 북방을 수복하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데 유선은 매우 유약해 북벌(北伐)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제갈량은 이에 유선에게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위나라를 토벌할 것을 간곡히 간하는 글을 두 번이나 바친다. 그게 그 유명한 ‘전ㆍ후 출사표’이다. 거기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늙은 신하의 충정(衷情)과 폐부에서 우러나온 충언(忠言) 등이 구구절절 배어 있다. 고금(古今)의 명문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오늘날 출사표는 일상생활 속에 자주 쓰인다. ‘큰 각오를 하고 어떤 일에 맞서 나서는 것’을 표현할 때 그러하다. 주로 선거철이 해당된다. 선거판이 아마 전쟁터에 비유되기 때문일 터다. 선거에 나가기 앞서 비장한 각오로 자신의 비전과 포부를 밝히는 일종의 출마선언문인 셈이다.

6ㆍ13 지방선거가 1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출사의 계절’이다. 제주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등의 예비 주자들이 여기저기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게다. 수많은 입지자들이 저마다 지역 발전을 이끌 최고의 동량(棟樑)을 자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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