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에 멍든 한림, 지하수 오염 심각
축산분뇨에 멍든 한림, 지하수 오염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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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길 바랐지만 역시나였다. 축산분뇨가 불법 배출된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일대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제주도가 최근 4개월간 이 마을 관정 14곳을 대상으로 시료 430건에 대한 지하수 수질을 분석한 결과다. 9군데 관정이 질산성질소 농도가 먹는 물 기준인 ℓ당 10㎎을 초과해 검출됐다는 것이다.

관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질산성질소 농도가 최소 10.2㎎에서 최대 39.9㎎까지 올라갔다. 특히 3개 관정은 빨래 등 허드렛일에 쓰는 수질기준인 ℓ당 20㎎을 초과했다. 또 축산분뇨를 무단 배출한 하류 200m 지점에선 분뇨유입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축분뇨 불법 배출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더욱이 오염도가 높은 2개 관정의 경우 양수배출 시험을 한 결과 일정 시간 경과 후 질산성질소 농도가 다시 증가했다. 이는 지하수 상부 지층에 쌓인 축산폐수가 지속적으로 지하수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오염된 지하수를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매년 지하수 관리를 엄정하게 강화한다면서도 이런 상황이라니 기막힐 노릇이다.

이번 조사에서 관정 14곳의 평균치만 해도 생활용수 수질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ℓ당 28㎎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이면 양돈장 불법 배출의 끝이 어디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알다시피 지하로 폐수가 유입되면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위협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낳는다.

이번 지하수 오염이 확인된 상명리는 수질 조사 때마다 오염 농도가 치명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번번이 수질 개선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해 나갈 것이라 밝히지만 지나고 나면 그만이다. 매번 임시방편의 땜질식 전시행정이 반복되는 거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볼 때 가축분뇨 문제는 꼭 처리해야 할 현안이다.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될 정도로 도민사회의 여론이 악화됐다. 앞으로는 이에 역행하는 불법행위를 철저히 가려내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농가 역시 적정 사육두수를 고민하는 등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지하수가 오염된다면 제주가 휴양관광지로 불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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