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삼국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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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콴유 총리(1923~2015)는 도박을 혐오했고 카지노 역시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다.

2005년 국가 발전이 한계에 다다르자 리콴유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싱가포르가 생존하는 데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며 카지노를 허용했다. 그 배경에는 아들 리셴룽 총리의 설득이 있었다.

싱가포르는 2010년 세계 최고 수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두 곳(마리나베이샌즈·센토사월드)을 개장했다. 그러자 침체됐던 경제성장률이 반등했다. 전체 노동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약 3만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고용효과도 거뒀다.

2008년부터 전 세계가 불황에 허덕일 당시 싱가포로는 카지노산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마리나베이샌즈는 호텔(2561실)과 컨벤션센터(12만㎡), 공연장 등이 들어선 복합리조트다. 전체 면적 92만㎡ 중 카지노 면적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 3조원 가운데 80% 가량은 카지노에서 나온다.

싱가포르는 카지노의 실효적인 규제를 위해 독자적인 ‘카지노관리법’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카지노감독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가 카지노 인허가권을 가지며 경찰·회계사·변호사 같은 조직 내 전문인력에게 카지노 관리 및 감독을 위한 사법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런 인원만 130명이다.

제주의 상황은 어떤가. 도내 최초의 카지노는 1975년 제주KAL호텔에서 문을 열었다. 주요 고객은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방한 일본인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제주에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2009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중국 25만8000명, 일본 18만3000명으로 역전되면서 카지노의 주 고객은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현재 도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8곳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1770억원(잠정), 업계 종사자는 1899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사드 여파로 8곳의 모든 카지노가 적자를 봤다.

2014년 입장객이 35만명을 넘을 당시 매출액은 2248억원에 달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최남단 섬인 하이난(海南)에 도박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국 내에서 모든 형태의 도박을 엄격히 금지하던 것에서 입장을 선회했다.

우선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마카오가 직격탄을 맞게 되고, 싱가포르는 물론 제주의 카지노산업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파친코의 나라’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카지노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어디를 가도 파친코(슬롯머신)가 불야성을 이루지만 전후 70년이 넘도록 카지노는 불허해왔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 수익과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카지노를 허가할 계획이다.

앞으로 카지노산업은 싱가포르와 마카오 대신 한·중·일 삼국지 시대가 열리게 됐다.

물론 카지노는 사행성산업으로 자금세탁과 탈세, 절도, 폭력, 성매매 등 사회적 문제로 연루될 수 있다.

빠르면 이달 말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영업장을 갖춘 랜딩카지노가 신화역사월드에서 개장한다. 내국인은 출입할 수 없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부정적인 면이 우려되지만 ‘도박 천국’, ‘도박 도시’라고 도민사회 스스로가 나쁜 이미지를 덧칠할 필요는 없다.

카지노를 놓고 한·중·일이 신(新) 삼국지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건전한 카지노문화를 조성하고 국제적 수준의 관리·감독 규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대형 카지노에 대해 불신이 커지는 만큼, 사행성 범죄는 철저히 차단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모범 사례가 나와야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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