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순례의 기록 시로 펼쳐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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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전하는 말/김경훈 시집

‘그해 겨울엔 저리/눈보라 주둔군처럼 휘날렸네//낙엽처럼 아픈 사연들 무수히 지고/속절없이 억새는 제몸 뒤척였네//쫓기듯 암담한 세상/아득한 절망의 끝자락//….’(시 ‘까마귀가 전하는 말’ 중)


오랜 시간 제주 4·3에 천착해온 김경훈 시인이 네 번째 제주 4·3 관련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을 펴냈다.


‘까마귀가 전하는 말’은 제주4·3 유적지에 대한 순례의 기록이다. 총 93편의 시는 주제별로 4부로 나눠 구성됐다.


제1부에는 제주4·3 일지별로 쓴 시들로 ‘다시 8.15를 생각한다’ 외 21편으로 구성됐다. ‘점령군’, ‘1947년 3월 1일’, ‘박진경과 문상길’, ‘해주대회’, ‘계엄령’, ‘예비검속’ 등 제주4·3의 굵직한 연대기적 사건들을 시로 형상화했다. 이 21편의 시로도 제주4·3의 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제2부에서는 제주지역 4·3유적지에 대한 순례 시들로 ‘대토벌, 봉개리에서’ 외 26편이 담겼다. ‘북촌리에서’, ‘아, 다랑쉬’, ‘터진목’ 등 제주4·3의 주요 유적지에 관한 시들이 담겨있다.


제3부에서는 시인이 전국 형무소 순례를 다닌 기록이 순례시로 묶여 있다. ‘인천소년형무소 터에서’,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터에서’, ‘경산 코발트 광산 동굴에서’ 등 전국과 세계의 학살지와 관한 22편의 시들이 담겼다.


제4부에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제주4·3을 바라보는 시들이 21편 들어있다. 일종의 시사시(時事詩)이다. ‘서천꽃밭 생명꽃으로 부활하시라’, ‘제주4·3이 분명히 너희들에게 말한다’ 등이다.


시인은 “‘까마귀’는 역사의 현장을 모두 지켜본 증인이고, 나는 그의 눈으로 그 비극을 풀어썼을 뿐이다”면서 “순레의 마음으로 다닌 4·3의 현장에서 나는 ‘4·3의 봄’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4·3의 봄’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 않고 먼저 다가서는 자에게 온다. 그 뜨거운 8·15 해방의 여름, 그 순수절정의 해방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먼 여정에 이 시집이 작은 디딤돌일 수 있으면 나로서는 영광이다”고 말했다.


시인은 제주4·3의 참혹한 죽음을 다룬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와 제주4·3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눈물 밥 한숨 잉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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