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의 기억, ‘기록유산’으로 전 세계인이 공유해야
(2)4·3의 기억, ‘기록유산’으로 전 세계인이 공유해야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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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前 문서·사진 등 턱없이 부족
현재 확인된 기록물 2936점 불과
道, 유네스코 등재 및 심사 앞두고
전 국민 대상으로 자료 수집 나서
▲ 제주4·3평화공원 수장고에 보관 중인 무장대 측 기록을 4·3평화재단 직원이 보여주고 있다.

올해 70돌을 맞이한 4·3의 완전 해결을 위해선 기억을 기록으로, 기록을 유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4·3의 가치를 제주만의 역사가 아닌 세계인의 기록으로 남겨야만 전 인류가 민족사의 비극을 극복해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제주4·3의 정신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3기록물을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대상은 재판자료, 군·경 기록, 미군정 기록, 무장대 기록 등이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전 세계가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해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으로 최초성과 독창성,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4·3기록물은 문서류 1196점, 사진류 63점, 영상·녹음기록물 1677점 등 2천936점이다.

제주도는 2021년 등재를 목표로 올해는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들을 재분류하고 미확인 기록물을 추가 발굴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내년 상반기 중 문화재청에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국제 학술심포지엄 등을 통해 기록유산 등재 심사에 대비하기로 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은 2년에 한 번 홀수 해에만 이뤄진다. 국가마다 2건 이내로 신청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자체와 기관·단체가 접수하면 사전 심사를 거쳐 2건의 후보를 최종 선정하고 있다.

이승찬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준비과정부터 최종 등재까지 4·3의 전국화와 세계화의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문가를 채용하고 전 국민을 상대로 자료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70년 전 4·3사건 당시 제주의 현황과 피해 상황을 알 수 있는 편지와 엽서가 수장고에 전시돼 있다.

■ 세계기록유산을 향한 여정…꼼꼼한 로드맵 필요

4·3기록물이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려면 꼼꼼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우선 2020년까지 문화재청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정돼야 한다.

▲원본 자료 부족=4·3사건(1948~1954년) 당시에 남아 있는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고, 원본 역시 국내·외에 분산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48~1949년 군법회의 사형수·무기수 명단 868명과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감금됐던 3430명의 수형인 명단을 비롯해 재판기록과 군·경기록은 국가기록원이 원본을 갖고 있다.

특히 오라리 방화사건 필름과 미군정 보고서 등 중요 기록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원본을 보유, 일부만 복사본으로 확보한 상태다.

유네스코는 기록물의 진정성·독창성은 물론 희귀성·원형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4·3 중요기록 중 원본이 많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제주도는 도민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장롱이나 문서고 속에 숨겨져 있는 4·3과 관련된 자료와 함께 일기·편지·메모 등을 수집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기록’으로만 심사=유네스코 사무국은 영어와 불어로만 신청을 받는다. 이어 등재심사 소위원회에서 회의 결과보고서와 최종 권고를 작성해 국제자문위원회에 제출한다.

각각의 권고 사항에 대해 토론과 합의가 이뤄지면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보고해 승인이 나면 최종 등재 목록이 발표된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제주도를 현장 방문해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기록’으로만 심사한다.

이에 따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국채보상운동에 대해 영어·불어는 물론 일어·중국어로 된 홍보자료를 제작했다. 영문판 홈페이지 개설에 이어 영어로 된 국채보상 스토리를 제작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2011년 현대사로는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기록유산으로 등재됐지만 그 해 극우세력은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본부를 방문 항의를 했으며,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방해 공작까지 펼쳤다.

이로 인해 국무총리가 직접 총리 훈령으로 정부가 보증하는 공문을 외교라인으로 전달해 심사가 재개됐다. 4·3역시 극우세력의 방해 활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2019년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 4·19혁명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 70년 전 4·3사건 당시 제주의 현황과 피해 상황을 알 수 있는 엽서가 수장고에 전시돼 있다.

■ 세계기록유산이란?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의 기록유산 보존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92년부터 등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128개국, 8개 기구, 427건이 등재돼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6건으로 기록물 등재는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에선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을 보면 △훈민정음(1997년) △조선왕조실록(1997년)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년) △조선왕조의궤(2007년) △해인사 대장경판과 제경판(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2011년) △5·18관련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새마을운동기록물(2013년) △한국의 유교책판(2015년),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2015년),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국채보상운동기록물·조선통신사 기록물(2017년)이 있다.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는 오스트리아의 디오스쿠리드(중세의학사전) 필사본, 독일이 구텐베르크 성경, 영국의 노예기록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비망록, 슬로바키아의 성서 사본, 중국의 청조시대 기록물,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종신형 공소문 등이 있다.

기록물뿐만 아니라 그림, 악보, 영화, 지도 등 창작물도 등재 대상이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 베토벤 교향곡 9번, 안데르센 원고, 그림형제의 전래 동화집, 영화 오즈의 마법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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