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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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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지나친 이기심으로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이들이 있다. 당장 어떤 결과로 나타나진 않지만, 반드시 갚아야 할 무거운 빚이 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커다란 책임이 따르며 뒤늦은 후회와 거짓 변명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살아서 갚지 못하면 사후에도 죗값을 치러야 하며 심지어 자손들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사십을 조금 넘기신 분이 찾아와 고민을 듣는데 칠 남매의 막내인데 한결같이 이 나이쯤에 의학으로 고칠 수 없고 원인조차 모르는 병에 걸려 사회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불편하다며, 이제 자신의 차례인 것 같다며 어떤 방법이 없겠냐고 불안해 했다. 언제부터 그런 현상이 있었냐 물으니 아버지로부터 시작돼 형들과 누나로 이어진다는 말에 원인을 알아볼 겸 고향을 방문했다.

예로부터 상당한 권세를 누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 되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조용한 방을 골라 이곳에서 억울한 죽음을 했다면 풀어줄 수 있으니 모습을 보여달라 하니 중년 남자의 혼이 나타났다. 무슨 이유로 아직 이승에 남았냐 하니 하소연을 시작했다. 너무 일찍 천애 고아가 돼 떠돌다 친척의 소개로 머슴살이로 들어와 목숨을 연명했는데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불구였다고 한다. 그래도 주인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성실히 일했으나 신체결함 때문인지 늘 구박과 놀림의 대상이 됐고 아이들이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게 싫었던지 걸핏하면 매질에 욕설을 당하기 일쑤이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처지를 약점 잡아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웠으며 새벽별을 보는 힘든 일상의 연속이었다는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날도 어떤 잘못인지 모르고 구석진 광에 갇혔는데 너무나 서럽고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 자살을 택했으며 죽으면서도 내가 받은 수모에 몇 배를 돌려주겠다는 원한을 품었으며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는 마무리였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산 자와 죽은 자의 역할이 다르니 이제 노여움을 풀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라는 설득에 틈을 내줬다. 날이 밝아 이런 사실이 있었으며 진심으로 속죄해야 어렵게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본인들도 잊을 수 없는 과거였으며 밖에 알 수 없었던 속병이었다는 반성에 화해를 성사시켜주었다. 그 후 느리지만 모두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안부에 혼자 미소를 지어본다. 현대판 갑질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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