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이 품고 있는 내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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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당을 효소로 발효시키면, 보통 알코올이 생성된다. 설탕은 이것을 대신할 인공 감미료를 만들 수 있지만, 알코올은 설탕과 달리 알코올을 대신할 물질이 없다. 인간은 알코올과 더불어 살아간다.


알코올은 마시는 용도 뿐만 아니라 수송연료 및 화학산업의 공급 원료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인체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이 물질은 지방처럼 열량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방출한다.


이렇게 간단한 분자, 에탄올이 인간에게 감동과 불안, 이익과 위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이 물질의 장·단점을 균형있게 조절·이용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이 물질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당류를 발효시켜 제조하는 법과 물과 에틸렌을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합성하는 법이다. 전자는 농업적으로 생산하는 것, 후자는 공업적으로 합성하는 산업용이다.


농산물을 발효하여 얻는 알코올은 효모라 불리는 진균류의 작용에 의해 생성된다. 효모에 포도당과 같은 당류를 먹이로 주면 발효하기 시작해 최종적으로 알코올이 탄생한다.


알코올은 탄소 순환의 한 부분이다. 탄소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보리 잎으로 흡수되어 탄수화물로 변한다. 보리를 맥아 처리하여 탄수화물을 단당류로 분해시킨 후 효모 처리하면 단당류가 알코올로 전환된다.


이런 과정으로 탄생한 알코올을 사람이 마시게 되면 인체 내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가 발산되고, 이산화탄소가 생성·방출된다. 지구온난화의 주역인 이산화탄소가 술의 내면세계에서도 장난을 한다.


알코올은 신경세포 주변의 물을 치환하여 신경섬유를 통한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전기적으로 대전된 입자들의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물질은 세포와 세포 간의 정보를 운반하는 화학적 정보 전달 매체의 이동을 느리게 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알코올을 더 빨리 소화시킨다. 남성은 위 속에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ADH는 알코올을 알데하이드로 변환시킨다. 결과적으로 보통 남성은 여성보다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더 강하다.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혈관을 확장시켜 덥다고 느끼게 한다. 또한 두개골과 뇌 주변의 혈관 확장에 의해 두통이 일어난다. 알코올은 심박동수와 혈압을 증가시키고 온감을 예민하게 한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종류의 과일의 당류를 이용한 술이 제조되고 있다. 예로 사과 과즙을 발효시켜 사이다(lemon-lime soft drink), 배 과즙을 이용하여 페리(perry)를 산업적으로 생산한다.


천연으로 발효된 술에는 곡류, 과일류 등에 함유되어 있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이 자리잡고 있다. 양조업자와 와인 제조업자들은 이들 술에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을 첨가한다.


이들은 소르브산(sorbic acid), 나트륨 알지네이트(sodium alginate), 이산화규소, 이산화황 등을 첨가한다. 소르브산은 천연적으로 대다수의 과일에 내재되어 있다. 이 성분은 효모와 균류를 죽이는데 효과적이다. 나트륨 알지네이트는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여 술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의미가 있으며, 해초에서 추출된다.


이산화규소는 천연 무기질로 모래에서 채취된다. 이 물질은 천연 젤라틴인 운모와 조합, 또는 나트륨염의 형태인 규산나트륨으로 이용되며, 와인과 맥주를 혼탁하게 만들고 침전되는 단백질을 정화하는데 가치가 있다.


이산화황은 와인 제조시 부산물을 생산해 발효를 망치는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이용한다.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화합물들의 역할과 진면목을 살펴보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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