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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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엊그제만 해도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제주지방은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었다. 한데 어느덧 경칩이 지났다. 한자로 경칩(驚蟄)은 놀랄 경(驚)과 숨을 칩(蟄)을 쓴다. 개구리 등이 봄기운에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이다. 온갖 초목에 물이 오르고 새싹이 움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쯤이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풀린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회자되는 이유다. 물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바람 속에 스며든 봄기운을 가리지는 못한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으로 어깨가 절로 들썩여진다.

▲만물이 생성하는 3월은 봄의 시작이다. 흔히 3월을 두고 ‘춘삼월 호시절(春三月 好時節)’이라고 한다.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철이란 얘기다. 여기서 춘삼월은 음력 3월을 가리킨다. 허나 요즘은 제철이 앞당겨지는 만큼 양력 3월만 되도 성큼 다가온 봄을 만끽할 수 있다.

모두가 따스한 봄 내음을 찾아 나서는 때이다. 앞서 봄소식을 전해주는 홍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린 지 오래다. 머잖아 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도 펼쳐질 것이다. 붉은 동백꽃에 이어 하얀 왕벚나무, 노란 유채꽃, 연분홍색의 철쭉 등 제주를 대표하는 봄꽃들이 잇따라 자태를 뽐내게 된다.

수녀 시인 이해인은 봄을 맞이하는 마음을 이렇게 노래했다.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침 저녁으로 다소 쌀쌀하지만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이다. 거기엔 달리기도 포함된다. 도내 곳곳의 체육공원에선 열을 맞춰 뛰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라톤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첫 포문을 오는 10일 제주新보가 주최하는 ‘국제 청정 에코마라톤대회’가 연다.

‘체코의 전설적인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마라톤 등 3종목을 석권했다. ‘인간 기관차’로 불린 그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는 명언을 남겼다. 인체는 달리도록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마라톤은 인간 욕구를 표현하는 가장 본능적인 행위다. 사람은 달릴 때 희열과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마라톤은 매우 인간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번 주 토요일. 그 기운을 받으며 인간다움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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