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詠雪/支韻<영설/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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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素農 吳文福<작시 소농 오문복>

三更積雪値朝知 삼경적설치조지 한밤중 눈 쌓인 걸 아침에야 알고/

坐翫身寒心自怡 좌완신한심자이 내다보노라니 몸은 춥지만 마음은 자연히 즐거워/

稚柳蕭蕭愁凍杪 치류소소수동초 성글성글한 버들가지 끝 얼까 시름 짓고/

老松落落飾搖枝 노송낙낙식요지 휘늘어진 늙은 솔 흔들거리는 가지 꾸며진다/

主隨家犬舖場走 주수가견포장주 기르는 개 주인 따라 덮인 마당 내달리고/

巢失山禽收圃窺 소실산금수포규 산새는 둥지 잃고 가을걷이한 텃밭 엿본다/

微物臨冬悲喜異 미물임동비희이 미물들 겨울 맞아 슬퍼하고 기뻐함이 다르니/

六花天地是爲誰 육화천지시위수 눈꽃은 어느 놈을 위해 온 세상에 쌓였는지/

 

▲주요어휘

△三更(삼경)=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셋째 부분(部分). 곧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동안 △翫=가지고 놀 완 △怡=기뿔 이 △蕭=쓸쓸할 소 △飾=꾸밀 식 △搖=흔들릴 요 △隨=따를 수 △巢=새집 소 △窺=엿볼 규 △微物(미물)= 자그마하고 변변찮은 물건(物件) △六花(육화)='눈'의 딴이름 △誰=누구 수

 

▲해설

자연의 변화에는 언제나 희비가 따른다. 지난겨울은 유독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쌓인 눈을 보노라니 강아지는 제 철을 만난 듯 내달려 나가 날뛰는데, 나무 가지에 앉아 밑을 내려다보는 새는 굶주려 모이를 찾는 듯했다. 또, 쌓인 눈을 원망하는 듯도 하였다. 겨울이 올 것을 미리 내다보고 먹이를 저장했더라면 이 원망은 없었을 것을.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를 대하는 두 미물의 현상을 고스란히 우리 삶의 현장으로 옮겨 보았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언제나 앞일의 기미(機微)를 알고 대비하면 편안해질 수 있음을 칠언율시로 읊어보았다. 지어 놓고 보니 재주가 부족하여 겨울 눈경치만 묘사한 꼴이 되었음을 자인한다.

<해설 소농 오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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