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와 상생하는 ‘제주어 마을’ 확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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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금등리가 ‘제주어 마을’을 조성키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마을 주민들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체험적 활동을 통해 제주어 보전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마을 공유지에 숙박시설 등을 마련한 후 방문객을 대상으로 제주어를 알려주면서 토속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로 인한 수익금은 마을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의 지성으로 불렸던 전통학자인 아마두 함파테바는 1960년 유네스코에서 한 연설에서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프리카 노인은 저녁마다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전승했다고 한다. 마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금등리의 제주어 마을은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고 나면 마을의 전통과 제주어가 사라질 것이다”며 “이제부터라도 유산을 지키면서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지난 2010년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사라지는 언어’ 가운데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록했다. 유네스코의 5단계 분류 중 ‘소멸한 언어’의 바로 전 단계인 4단계에 해당한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제주어는 그만큼 보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과 위기의식이 적절히 배합하면서 지자체와 각종 단체를 중심으로 제주어 보전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고,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와 제주어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민간에서 제주어의 갈 길은 험난하고 멀다. 마을 차원의 여러 활동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쉬움을 줬기 때문이다. 금등리에 앞서 2014년에 ‘제주어 교실’을 개설한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와 2016년에 ‘제주어마을’을 조성한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가 그 좋은 예이다. 이로 인해 마을탐방객의 반응은 좋았지만, 체험공간 등 인프라 부족으로 제주어를 전파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금등리 제주어 마을은 또 다른 시도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행정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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