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건만…전농로 왕벚나무 '시름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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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충돌 후 방치…생육환경 열악 보호 대책 절실
▲ 7일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있는 수령 80년된 왕벚나무가 차량 충돌로 껍질이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난 채 방치됐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의 명물인 왕벚나무가 차량 충돌사고 등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7일 전농로 LH제주지역본부 앞 왕벚나무. 수령 80년이 된 이 나무는 한 달 전 보호 울타리(펜스)가 망가지는 차량 충돌사고가 발생, 껍질이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난 채 방치됐다.

현장에는 차량 전조등 파편과 플라스틱 조각이 널려 있었고, 펜스는 뒤로 밀려난 상태다.

이곳 왕벚나무 10여 그루는 1907년 도내 최초로 설립된 중등교육기관인 제주공립농업학교(현 제주고등학교)가 일제시대인 1938~1940년에 교정에 식재한 것이다.

1976년 이곳 광양벌에서 노형동으로 이전할 당시 제주농고 70년사를 기리기 위해 영재를 배출한 곳이라는 뜻에서 ‘전농로(典農路)’라고 명명됐다.

높이 15m, 둘레 3m에 이르는 고목은 차량 충돌사고는 물론 매연과 가로등 조명, 전깃줄가 얽히면서 나날이 생육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블록 인도 사이에서 80년 동안 자리하다보니 회춘은 어려운 상태다. 노쇠화 과정으로 가지가 썩고 껍질이 벗겨지는 등 치명적인 상처도 안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관리의 손을 놓고 있다.
주민 김모씨(70·삼도1동)는 “전농로의 상징인 왕벚나무가 고사하기 일보 직전이지만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왕벚나무에 대한 안내문조차 없어서 왕벚꽃 명소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찬수 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전농로의 왕벚나무는 기념비적인 수목으로서 가치가 높다”며 “더 이상 회춘이 어려울 경우 같은 수종의 왕벚나무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소장은 “일본 우에노공원의 왕벚나무 수령이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이상 등 다양한 것은 고사한 나무를 보완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시는 10년 전 5억원을 들여 왕벚나무 보호를 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인도에 노출된 뿌리를 보호하는 조취를 실시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차량 충돌과 매연으로 왕벚나무의 생육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도포제를 발라주고 있지만 회복력이 떨어져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적십자회관에서 제주KAL호텔까지 1.2㎞의 전농로에는 162그루의 왕벚나무가 식재돼 있으며 이 중 10여 그루는 일제시대인 1940년 제주농고 교정에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150여 그루는 1982년 제주시가 가로수로 식재했다.

한편 왕벚나무는 1908년 4월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타케 신부가 한라산 해발 600m 관음사 인근에서 발견, 표본을 채집해 독일의 식물학자 케네 박사에게 보내 일본의 벚꽃 중 가장 유명한 품종인 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와 같다는 감정을 받았다.

이를 통해 제주는 왕벚꽃의 자생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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