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 제주인의 삼무(三無)로 거듭나야 할 때
제주 관광, 제주인의 삼무(三無)로 거듭나야 할 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논설위원

지난달 게스트 하우스 살인 사건으로 제주도가 끔찍하게 얼어붙었을 때, 서울의 한 세미나에서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제주사람들’이 훈훈하게 회자되었다.

‘그때 그 사람들을 꼭 찾아 달라’는 얘기의 내용인 즉, 여대생 셋이서 여름방학을 맞아 제주도로 여행을 왔더란다.

태초의 얼굴과 같은 이국 풍경에 이끌려서 바닷가로 달려간 그녀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와 살랑거리며 이마를 두드리는 남풍, 두둥실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때문에 그만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마치 선녀라도 된 듯한 기분에 휩싸여서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방파제로 올라선 순간, 파도가 헤헤거리며 달려오더니 마구 물장구를 쳐대는 것이었다. ‘어머낫’ 하면서 서로의 팔을 붙잡고 물방울을 피하는 찰나, 앗불싸, 겨드랑이에 끼웠던 여행안내서가 나뒹굴어지는 게 아닌가. 때마침 해풍이 휘익 하고 책장을 열어젖히더니 그 안에 소중히 포개놓은 돈들을 마구 날려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여행경비 전액이 바닷물로 빠져버렸다.

샛노래진 얼굴로 속수무책 발을 구르는 아가씨들, 그 재난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일제히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개구리처럼 날렵하게 익사 직전의 돈들을 낚아채고서 무사히 올라왔다.

물에 젖은 돈을 걱정스레 내미는 소년들 앞에서, 그녀는 안도와 고마움으로 ‘제주 사랑’을 굳세게 다짐했다.

그 당시는 고3이 되기 전, 서울의 고교생들이 제주도로 무전여행을 오는 게 모험이요 자랑이었다.

서너 명이 팀을 이뤄서 기세 좋게 한라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 그만 예기치 않은 비바람에 방향을 잃고 말았다. 천신만고 끝에 자정쯤 이르러 중산간 어느 마을로 찾아든 그들,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집주인을 깨워서 밥 좀 달라고 구걸했다.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이 불청객들에게 꽁보리밥 한 양푼을 서둘러 내주는 촌로, 새벽처럼 나가면서 또 보리밥 한 솥을 뚜껑 째 열어놓는 넉넉한 인심. 그때를 떠올리면서 제주도를 생각하고 지금도 일편단심 ‘사랑으로 제주’를 바라본다는 이들은, 초대 제주평화연구원장을 지낸 한태규 대사와 그 친구들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을 보면 주변에 CCTV를 더 설치해서 안전기반을 구축하고, 경찰과 함께 단속 및 지도 활동을 강화하며, 안전하고 건전한 관광문화를 제도화해 나가겠다는 게 요지다.

물론 이 대책들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와 여행자들에게 긴급히 적용되어야 할 비상조치겠지만, 더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이 제주도에 대한 여행 이미지 개선과 제주다움의 회복이다.

거지·도둑·대문이 없어서 삼무의 섬으로 일컬어져 온 제주도가 어쩌다가 17개 광역지자체 중 살인·강도·절도·폭력이 전국 1등을 기록하게 되었는가?

게다가 인구 대비 성범죄 발생률은 전국 1위의 자리에서, 왜 그리도 눈치 없이 뻔뻔스레 치솟는지.

아직은 서울 사람들, 아니, 전 국민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 하는 곳이 제주도다. 이 위기의 때에 제주 관광을 제주인의 삼무정신으로 되살려야지 않겠는가? 여행이란 게 가보고 싶은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서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고 싶은 소통의 길임에랴.

이제는 원래의 제주풍경과 제주인을 새로운 화폭에 담아서 관광의 얼굴과 마음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아니, 제주다움의 천혜를 사랑으로 나눠야 할 차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