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더불어 살아온 땅이다
제주는 더불어 살아온 땅이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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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수필가

“지금 밖에는 연일 이어지는 한파로 눈이 오고 있습니다만, 이곳은 따뜻한 마음들로 온기가 가득합니다.”

지난 2월이었다. 사회자의 멘트에 모두의 시선은 창밖 눈보라에 머물렀다. ‘어떻게 돌아가지?’ 순간의 고민은 부끄러움이 되어 얼굴을 물들였다. 난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살아낼지 소망이 없는 날들의 반복이라 한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춘강 이동한 이사장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하여 지원한 것으로, 난민 자치구인 카렌주(미얀마와 태국 국경 지역)에서 이뤄진 장애인 지원 사업에 대한 보고회였다.

지금도 지속하는 지뢰 피해와 열악한 의료 상황으로 절단 장애를 갖게 된 난민들에게 의수족 지원 센터를 건립해줘 자체적으로 의수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었고, 경제적 재활을 위하여 암소를 지원하였다고 했다.

우리에게 질문이 주어졌다. “우리 국민도 어려운데 먼 타국의 난민들을 도와야 하는가?” 현지에서 난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계신 허00 목사는 대한민국 국민도 한때 난민이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라를 빼앗긴 나라 잃은 난민이었고, 저들처럼 내전(內戰)을 치른 난민이었다. 고향을 떠나 엄동설한에 만주벌판의 추위를 설움으로 버텨내었을 테고, 날아오는 포탄에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고, 가족들과 생이별의 아픔을 눈물조차 없이 삼켜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난민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미안함으로 와 닿았다.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춘삼월이 된 지금도 내 귀가에 머무른다. “우리도 난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난민의 문제가 저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들 땅의 메마름은 우리에게 미세먼지 등 환경의 문제를 낳을 것이며, 저들의 마음이 강퍅해지도록 방치한다면 우리는 테러의 위험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의 수치는 높아져 갔다.

제주는 더불어 살아온 땅이다. 이웃을 지켜낸 수눌음 정신이 그러했고, 6·25전쟁의 피난민을 품었고, 그 이후로도 1970~1980년대 다양한 각자의 어려움을 피해 삶의 본거지를 떠나온 이들을 이웃으로 우리의 곁을 내주며 함께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이제 또 다른 입도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쟁에 지친 이들이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에서의 생활을 꿈꾼다. 제주는 수눌음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억센 땅임을 저들이 알까? 벌써 지쳐있는 저들이 이 땅의 거센 바람을 어떻게 견디어낼지 걱정함은 기우일까?

선거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저마다의 공약이 깃발 되어 나부낄 것이다. 제주도지사는 입도민을 품어 안을 방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땅에서 또 다른 의미의 난민이 생겨나지 않도록, 지난 시절 모두가 이웃이 되어 제주의 경제를 키워냈듯이, 진정한 회복의 땅으로, 제주가 성장하는 데 하나가 되어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 걸어갈 수 있는 도지사를 나는 선택할 것이다.

삼무의 제주에서 늘어나는 강력사건이 어쩌면 이웃을 난민으로 방치한 대가가 아닐까? 나 자신을 책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