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샤리(斷捨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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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수필가)

장자(莊子)의 서슬 퍼런 일갈(一喝)에, 혼미했던 정신이 퍼뜩 들었다,


오상아(吾喪我)!
기존의 나를 살해하지 않고는,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없단다.
장자는, 언제나 극약처방 같은 단호함으로, 나의 나타(懶惰)를 일깨운다.
정년퇴직이란 이름으로, 사회의 중심에서 떠나온 지 1년이 지났다.


대신 자유인으로서, 행복한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주체적 자아로 걸어가는 하루하루가, 무소의 뿔처럼 치열하다.
얼기설기 엮였던 사람들과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자연인에게 허여된 자유는 풍성하고 달콤하다.


돌이켜 보면, 공인(公人)의 삶은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구속이다.
시간과 업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반복적 일상.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사람들과 변검(變瞼)처럼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출하며 소통할 수밖에 없는 직무들.


요즘에야 비로소, 자유인이라는 이름으로, 노년의 새 삶을 즐기고 있다.
시계의 ‘알람’이 아니라 생체리듬에 맞춰 눈뜨는 아침이 열리고, 누구도 간섭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나의 시간들이 유유자적 흐른다. 일출이작일입이식(日出而作日入而息)인 농부의 삶 에서, 소유와 집착의 미망을 하나하나 벗어 던지며, 더욱 작고 가벼운 삶을 지향한다.


그 길 위에서, 야마시타 히데코의 책 ‘단샤리(斷捨離)’를 만났다.
필요없는 물건들을 과감히 생활로부터 차단하고(斷行단행), 쓰지도 않고 쌓아둔 잡동사니들을 과감히 정리하는(捨行사행),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물건에 대한 소유나 집착에서 한발 떨어져, 여유있는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離行이행)하는 삶.


“생활에 필요 이상의 물건들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쓰지 않는 물건들은, 적재적소에 되돌려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야말로 아름다운 모습이다”는 작가의 말이, 작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오상아’와 ‘단사리’의 결단으로, 소유와 집착을 덜어내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 더욱 깊어져야 하리라..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 스님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인생의 황혼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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