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새로움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6년 전인 2012년 10월 당시 모 지방지에 ‘작은 결혼식’이란 칼럼을 쓴 일이 있다.
참된 진실과 초반부터 부족함이 없는 결혼식으로 행복의 꿈을 가꾸려 한다. 모아놓은 재산이 없으니 웨딩마치는 당연히 부모의 눈물이다.
그 결과 부모는 늙어서도 뒷감당에 허리가 휜다.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생활비를 직접 조달하는 노인들의 비중이 70% 선에 육박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다.
그러니까 고령으로 쉬고 싶어도 60세 이상 부부의 70%가 생활비를 번다는 것은 꼭 자녀 결혼의 뒷감당 때문이 전부는 아니지만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노후자금이 부족하다고 한다. 연금제도의 미성숙 등으로 한국인 10명 중 노후자금 부족을 경험한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노후자금 충분 도는 11.7%이다. 일본(37.4%)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후생계가 막막하다 보니 한국 노인들은 은퇴 뒤에도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건강이 뒷받침해 주지 않는 은퇴 뒤의 일자리에서 어려움은 말할 것 없다.
어느 카드사에서 40세 이상의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 잔소리를 한 사람이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80% 이상이 아내라고 했다. 부부는 원래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 만난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준다.
그런데 그 사랑의 성비 불균형으로 국내에서 신부 감을 얻지 못할 경우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필리핀 등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그렇게 결혼한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한 핏줄 어쩌고 하는 것이 고루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자기가 좀 손해 보는’ 우리 겨레의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어떤가.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작은 결혼식은 공염불이다.
2035년이 되면 한국 남자 3명 중 1명은 평생 혼자 살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측이다. 여성까지 합치면 4명 중 1명이 50세가 될 때까지 결혼하지 못하거나 안 할 전망이다. 2035년 이후에는 한국이 일본을 앞질러 미혼 대국이 될 전망이다. 막연한 작은 결혼식이 아니라 이제는 작고 각자 형편에 맞는 작은 결혼식을 올려서 결혼 초장부터 어려움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애초에 결혼식은 철저한 거래처럼 되었다. 마치 이득을 본 결혼식, 손해를 본 결혼식이 있을 수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은 커지게 마련이었고, 서로에게 힘든 것을 전가하고자 했다.
이제껏 우리나라의 큰 결혼의 습관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하루아침에 그 힘든 결혼관습이 바꿔지기는 어렵겠지만, 어려운 일일수록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바꿔지는 것도 맞는 일일 것이다.
과시적 고비용의 결혼식 문화는 벌써 없어졌어야 할 문화였지만, 오랫동안 폐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고비용의 결혼식을 치러야 제대로 큰일을 치룬 것으로 착각한다.
이제 적절한 부담의 작은 비용 결혼식에 눈을 돌릴 때다.
오태익,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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