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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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대한민국 부촌의 변천사는 평당 매매가가 높은 아파트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80년대 초반 압구정동이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엔 대치·도곡동 일대에 부유층이 몰렸다.

이 시기 강남 아파트값을 좌우한 주요 변수는 무엇보다 학군 수요였다. 사교육시장이 팽창을 거듭해 ‘교육 특구’ 이미지를 내세운 대치동 아파트값은 2000~2006년 사이 4배 가까이 뛰었을 정도다.

그 후엔 한강 주변으로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한강 조망이 부촌 지도를 바꿔 놓은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강남 아파트값 흐름을 주도하는 건 재건축 이슈다. 1970년대 초에 지어진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재건축=개발이익’이란 인식이 형성된 게다.

▲재건축 아파트 얘기는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지금의 재건축 안전진단 연한은 30년이다. 같은 시기에 지어졌어도 주거 여건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고 한다. 낡아서 못쓰게 생겼다는 진단을 받아야 가격이 뛰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들은 아파트를 고쳐서 쓰기보다는 오히려 허름하게 보이려 한단다. 도색은커녕 녹물이 나오는 배관도 손보지 않는다.

나라별 아파트 교체 주기를 보면 영국이 128년, 프랑스는 80년, 일본은 54년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27년이다. 일본의 딱 절반이다.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을 대략 50년쯤으로 본다. 허나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200년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주거문화와 건축양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27년은 너무 짧다. 사회적 낭비 요인으로 지적받는 이유다.

▲근래 재건축을 둘러싸고 정부와 주민들이 기 싸움을 벌이는 형세다. 정부는 집값 상승의 주범인 재건축을 봉쇄하려 하고,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으로 맞서는 게다. 구조안전의 배점을 20%에서 50%로 확대한 게 발단이다. 지은 지 30년이 넘어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할 수 없다. 이를 적용받는 제주지역 아파트는 12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도문의 타이틀을 보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로 달았다. 정권이야 바뀌지만 공무원은 그대로 아니던가. 그간 그들이 기준을 만들고, 고치기를 반복해 놓고 이제와서 정상화라 하니 말문이 막힌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더니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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