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결사
인연과 결사
  • 제주신보
  • 승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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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설한의 끝자락을 딛고 찾아온 연둣빛 신록의 계절이다. 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육신을 추스르며 일상을 희망차게 시작하는 사계의 출발점이다. 세밑원단을 넘기면서 신구의 분수령을 넘은 지도 몇 달이 지났다. 사계 중 희망이 용솟음치는 역동적인 새봄을 맞는 심정은 언제나 설렘이다.

지난달 우후죽순처럼 일간지 하단을 메웠던 각종 단체의 모임 광고도 뜸하다. 각종 모임의 구성원들은 지나간 한 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희망찬 새해의 발걸음을 본격 시작한 셈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모임이 많다. 향우회, 종문회, 동문회, 시민사회단체, 동호인 모임 등 갖가지 결사체가 존재한다. 무슨 모임이 이렇게도 많은지. 모임 구성원이 아니면 사회생활에 소외감이나 박탈감이 들 정도다. 특히 제주는 혈연·지연·학연의 결사체가 많고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결집력이 강하다. 섬이라는 지리적특수성에 기인하는 전통적 토속문화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참여단체에 주인의식을 갖고 모임에 되도록 빠짐없이 참석한다. 모임에 불참하면 어딘가 사회생활에 뒤지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번 주말에도 내가 참석해야 할 곳이 종문회, 동창회 두 군데나 된다.

우리 지역 사회에는 소집단 등의 수많은 동호인모임이 존재한다. 등산, 문학, 예술 등을 매개로 개인의 관심사나 취미 동질성으로 결집된 동아리들도 많다. 각종 인연의 모임은 예로부터 우리사회에 보편적으로 뿌리내려 있다. 모임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숙명적 모임과 문학, 예술, 등산 등 각종 동아리들의 후천적 모임의 결사체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갖가지 인연에 얽매여 살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혈연의 천륜으로 가족이라는 준거집단을 이룬다. 성장하면서 지연, 학연이란 숙명적인 인연이 더해진다. 가족은 국가의 근원을 이루는 최소단위의 집단이며, 가족이라는 집합체가 모여 사회가 형성된다.

인연은 모임의 결사체로 표출되며, 목적달성을 위해 사회적 연대가 구축된다. 각종 모임의 목적은 구성원 간 친목도모와 조직발전, 나아가 지역사회발전이다. 선조경모(先祖敬慕), 모교발전, 지역문화발전과 고향발전 등이다. 결사체는 구성원이 합의하여 정해진 목적 아래 결집시켜 단체의 힘을 분출함으로서 지역사회에 미치는 시너지효과는 크다.

하지만 결사체에 내재되어 있는 정실(情實), 지역이기주의는 합법성이나 합리성을 훼손할 수 있다. 편 가르기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주민화합을 저해할 수도 있다. 개인과 조직, 공과 사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적문제를 사적으로 접근하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다문화가구나 타지 입주민들에 배타적인 자세나, 각종 선거에서 혈연·지연·학연에 얽매는 경우들이다. 지도자는 정책이나 진정한 리더십을 잘 살펴 뽑아야 한다.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면서도 인연과 결사체에 내재된 역기능은 개선되어야 한다. 정실주의에 안주하여 국가사회를 보는 것은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회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나무와 숲을 함께 보는 현명한 지혜로 다문화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바람직한 결사체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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