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4·3 시어에 흘려보내다
가슴에 묻은 4·3 시어에 흘려보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생말타기-리본시선 001/강덕환 시집

‘새는 되지 말자/아무 때나 턱없이 울어 바치는/값싼 사랑의 새는 되지 말자/기댈 곳 없어도/이미 있었던 약속처럼 꼭 그만한 거리/…/외할아버지의 죽음은 우화(寓話)의 시대/냄새나는 섬의 역사였음을 너는 알 거다/….’(시 ‘새가 남긴 연가’ 중)


강덕환 시인의 ‘생말타기’가 복간돼 나왔다. 1992년 첫 출간 이후 26년 만이다. 온 나라가 성장과 팽창으로 내달리던 1990년대, 젊은 시인은 보존과 개발의 기로의 서 갈 곳을 잃은 제주를 바라보며 모두가 가난했던 1970년대 시절과 혁명과 투쟁으로 암울했던 1980년대 대학 생활 등을 회상하며 그 시절 제주의 삶을 시편에 실어 보냈다.

 

4·3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었던 시대에 그는 ‘숙명처럼 엎드려 땅 밑만 보며 산다’, ‘쉽사리 용허지 못하는 건조한 땅’, ‘흩어진 유골을 짜 맞추고/광목으로 칭칭 동여매면서’ 등 시어에 소용돌이치던 역사의 한 줄을 함축했다. 피바다로 물든 섬을 위로하며 그도 함께 위로 받는지도 모른다.


1부에선 시인의 유년시절 기억을 더듬는다. 가난보다 더 질긴 다이야표 검은 고무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누이, 온 가족이 힘을 보태 조팥을 밟으며 농사일에 힘을 보탰던 70년대 제주의 삶의 모습이 녹아있다. 2부와 3부에서는 한스러운 4·3에 대한 분노와 억압, 내적고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은 리본시선의 첫 번째 시집이다. 리본시선은 ‘도서출판 한그루’와 시집 전문서점인 ‘시옷서점’이 힘을 모아, 절판된 시집에 새 옷을 입혀 되살리는 복간 시선이다.

 

한그루 刊, 9000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