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약속이 총에 맞아 죽다…4월은 잔인한 달
봄날의 약속이 총에 맞아 죽다…4월은 잔인한 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②옛 구억국민학교(上)
9연대장 김익렬과 김달삼 4월 28일 평화 회담한 장소로 기록
평화의 나팔소리 연주하면 새 풀 옷을 입은 봄 처녀가 돌아올까
▲ 바람난장 식구들은 4·3 70주년을 맞아 4·28 회담이 이뤄진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옛 구억국민학교 주변 ‘구억제주옹기배움터’에서 음악연주와 시낭송 퍼포먼스를 벌였다. 홍진숙 作 ‘침묵의 봄’.

꿩을, 풀다

 

오승철

뭔 말 한들 이 봄날 맘 상할 일 있겠는가
발 없는 말 천리 가듯
발 없는 말 천리 오듯
내 굳이 그대 마음을 모를까 봐 그러나

 

총신을 거두시게
입덧 난 연둣빛 앞엔
중산간 구억국민학교*
마주 앉은 산과 바다
누구도 조국이란 말 함부로 안 뱉었다

 

팻말도 하나 없는 그 터에 내가 들어
대답하라 청춘아
대답하라 청춘아
온 들녘 꿩 풀어놓고 혼자 울다 가는 노을

 

 

*‘4·3’이 발발하자 김익렬(국방경비대 9연대장)과 김달삼(인민유격대 사령관)이 ‘4·28 평화회담’을 했던 곳.

 

▲ 서란영 연주자가 오카리나로‘봄처녀’, 팬플룻으로 ‘외로운 양치기’ 2곡을 연주했다.

바야흐로 꿩의 계절 4월이다. 
이번 바람난장은 ‘4·3 70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대정읍 구억리 옛 구억국민학교가 그 현장이다. 그러나 이미 이곳엔 그 당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문화패 바람난장 김해곤 대표는 “목숨을 건 담판의 장소에서 7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바람난장을 펼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우리의 발걸음이 4·3의 역사에 뭔가 의미를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강동완 구억리장, 강영지 노인회장, 강영화 ‘4·28평화회담’ 목격자등 마을사람들과, 강승수 전 서귀포시부시장, 번역가 김석희선생님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 성요한 신부가 4·3과 관련, 자작곡을 부르며 공연을 펼쳤다.

바람난장의 첫 무대는 트럼펫 연주로 막을 열었다.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대 김정준 트럼펫터가 4·3의 이미지에 걸맞는 곡 ‘평화의 나팔소리‘를 연주했다. ‘전쟁 없는 세상’을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은 7,80년대 김인배(트럼펫), 빌리본 악단의 연주로 많이 알려진 곡이다.


이어서 오카리나와 팬플룻 서란영 연주자가 오카리나로 ‘봄처녀’, 팬플룻으로 ‘외로운 양치기’ 2곡을 연주했다. ‘봄 처녀 제 오시네/새 풀 옷을 입으셨네/하얀 구름 너울 쓰고’ 참석자들도 들뜬 소녀들처럼 흥얼거린다. 

 

▲ 도립 서귀포관악단 김정준 트럼펫터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연주를 선보였다.

노래를 부르는 성요한 신부도 공연에 참여했다. 거창, 함안 사건이 일어났던 함안 출신이라 그런지 ‘설루왕 울엄수다’, ‘침묵의 봄’, ‘4·3백비’ 등을 제주 사투리로 제주사람보다 더 실감나게 불렀다. 평화와 생명의 노래가 이심전심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다음은 시낭송 차례다. 김정희 시낭송가가 오승철 시인의 ’꿩을, 풀다‘를 낭송한다. 이 작품은 『한라산의 노을』의 저자 한림화 소설가로부터 이곳이 ‘4·28 평화회담’ 장소라는 말을 듣고, 역사적인 성지임에도 팻말 하나 없는 것이 안타까워 썼다고 한다.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두 청년은 ‘누구도 조국이란 말 함부로 안 뱉었’지만 ‘대답하라, 청춘아/ 대답하라 청춘아/ 온 들녘’ 다 떠나가도록 봄날 꿩소리를 빌어 혼자 울다왔다고 한다. 문화패 바람난장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한 편의 시로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실로 70년 만에 우리는 자그마한 표석을 세웠다.   -다음 주에 계속

 

- 글 문순자
- 그림 홍진숙
- 동영상 고대환
- 사진 채명섭
- 시낭송 김정희 이정아 이혜정
- 시극 낭독 정민자 강상훈
- 음악감독 이상철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

 

▲ 김정희·이정아·이혜정 시낭송가가 고운 동백꽃을 뿌리며 4·3의 아픔을 재연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시낭송을 펼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