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대장 김익렬과 김달삼 4월 28일 평화 회담한 장소로 기록
평화의 나팔소리 연주하면 새 풀 옷을 입은 봄 처녀가 돌아올까
꿩을, 풀다
오승철
뭔 말 한들 이 봄날 맘 상할 일 있겠는가
발 없는 말 천리 가듯
발 없는 말 천리 오듯
내 굳이 그대 마음을 모를까 봐 그러나
총신을 거두시게
입덧 난 연둣빛 앞엔
중산간 구억국민학교*
마주 앉은 산과 바다
누구도 조국이란 말 함부로 안 뱉었다
팻말도 하나 없는 그 터에 내가 들어
대답하라 청춘아
대답하라 청춘아
온 들녘 꿩 풀어놓고 혼자 울다 가는 노을
*‘4·3’이 발발하자 김익렬(국방경비대 9연대장)과 김달삼(인민유격대 사령관)이 ‘4·28 평화회담’을 했던 곳.
바야흐로 꿩의 계절 4월이다.
이번 바람난장은 ‘4·3 70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대정읍 구억리 옛 구억국민학교가 그 현장이다. 그러나 이미 이곳엔 그 당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문화패 바람난장 김해곤 대표는 “목숨을 건 담판의 장소에서 7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바람난장을 펼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우리의 발걸음이 4·3의 역사에 뭔가 의미를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강동완 구억리장, 강영지 노인회장, 강영화 ‘4·28평화회담’ 목격자등 마을사람들과, 강승수 전 서귀포시부시장, 번역가 김석희선생님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바람난장의 첫 무대는 트럼펫 연주로 막을 열었다.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대 김정준 트럼펫터가 4·3의 이미지에 걸맞는 곡 ‘평화의 나팔소리‘를 연주했다. ‘전쟁 없는 세상’을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은 7,80년대 김인배(트럼펫), 빌리본 악단의 연주로 많이 알려진 곡이다.
이어서 오카리나와 팬플룻 서란영 연주자가 오카리나로 ‘봄처녀’, 팬플룻으로 ‘외로운 양치기’ 2곡을 연주했다. ‘봄 처녀 제 오시네/새 풀 옷을 입으셨네/하얀 구름 너울 쓰고’ 참석자들도 들뜬 소녀들처럼 흥얼거린다.
노래를 부르는 성요한 신부도 공연에 참여했다. 거창, 함안 사건이 일어났던 함안 출신이라 그런지 ‘설루왕 울엄수다’, ‘침묵의 봄’, ‘4·3백비’ 등을 제주 사투리로 제주사람보다 더 실감나게 불렀다. 평화와 생명의 노래가 이심전심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다음은 시낭송 차례다. 김정희 시낭송가가 오승철 시인의 ’꿩을, 풀다‘를 낭송한다. 이 작품은 『한라산의 노을』의 저자 한림화 소설가로부터 이곳이 ‘4·28 평화회담’ 장소라는 말을 듣고, 역사적인 성지임에도 팻말 하나 없는 것이 안타까워 썼다고 한다.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두 청년은 ‘누구도 조국이란 말 함부로 안 뱉었’지만 ‘대답하라, 청춘아/ 대답하라 청춘아/ 온 들녘’ 다 떠나가도록 봄날 꿩소리를 빌어 혼자 울다왔다고 한다. 문화패 바람난장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한 편의 시로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실로 70년 만에 우리는 자그마한 표석을 세웠다. -다음 주에 계속
- 글 문순자
- 그림 홍진숙
- 동영상 고대환
- 사진 채명섭
- 시낭송 김정희 이정아 이혜정
- 시극 낭독 정민자 강상훈
- 음악감독 이상철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