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작가 "범인은 처음부터 지진희였지만 다들 부정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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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인, 데뷔작서 성공…"여성·언론에 대한 바람 담아"
"'사랑의 감정은 뭘까'에서 시작…3년에 걸쳐 쓰고 또 쓴 작품"
▲ 최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미스티'의 제인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범인은 처음부터 태욱(지진희 분)이었습니다. 범인에 대한 힌트를 제 딴에는 굉장히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계속 다른 분들을 지목하셔서 흥미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 후반부에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태욱이 범인인 티를 냈다고까지 생각했는데…(웃음)."


화제의 드라마 JTBC '미스티'가 지난 24일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작품이 끝나고 나니 신인 작가가 이 작품을 썼다는 것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데뷔작에서 16부 미니시리즈를 성공시켰다.


제인(본명 김제인) 작가를 최근 만났다. 대본에 적힌 '제인'이라는 이름에 출연진도 "유령 작가 아니냐"는 의심을 했을 만큼 '혜성처럼 출현'했다. 그는 '미스티' 종방연에서 마이크를 잡고 "제인은 제 본명 맞고요. 저 유령 작가 아닙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미스티'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베테랑 강은경 작가도 동석했다. 제인 작가는 강 작가가 후배 작가 육성을 위해 사재를 털어 만든 창작 집단 '글라인'이 배출한 세 번째 작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두 분이 어떻게 만났나.


▲2010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6개월 과정의 창작반 강의를 하면서 제인 작가를 만났다. 그때 학생이 12명이었는데 그중 5명이 지금 글라인에 소속돼 있다. 거창하게 시작한 일은 아닌데, 작가를 꿈꾸는 그 학생들이 강의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해오고 원고를 봐달라고 하면서 인연이 계속됐다. 그렇게 원고를 봐주다가 글라인을 3년 전에 정식으로 법인 등록하게 됐다. 제인 작가는 글라인과 정식 계약한 작가다.(강은경)


▲교양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다 교육원에 들어갔다. 강 선생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캐스팅도, 편성도 다 선생님 덕분에 된 거고 대본도 계속 봐주셨다. 전 초보라 한 길밖에 못 보는데, 선생님이 매 순간 이런저런 면도 있다는 것을 지적해주신 덕분에 16부를 써낼 수 있었다. 선생님이 길을 잘 닦아주셨고, 쓴소리를 많이 해주셔서 저는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만 고민했다.(제인)


--'미스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어른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사랑의 감정이란 과연 뭘까에서 출발했다. 소유욕, 질투심은 뭘까 생각했다. 하지만 강력한 치정극을 표방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케빈 리(고준 분)도 4회에서 죽은 것이다. 혜란(김남주)의 옛 남자가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하지만,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 드라마다. 혜란-태욱 부부의 사랑과 그 사랑의 이면을 조명하고자 했다.(제인)


--고혜란 캐릭터가 단연 화제였다.


▲제일 정점에 서 있는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 성공한 여성이 그 이면에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갈까 조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고의 앵커로 설정했다. 고혜란에게는 여러 사람의 모습이 투영됐고, 성공한 여성과 바람직한 언론인, 멋진 선배에 대한 '위시'(wish)들이 반영됐다. 특히 언론인으로서 정의사회 구현, 진실 보도는 고혜란의 진심이고 신념이다. 그 지점을 의심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혜란의 진심이다.(웃음) 혜란에게 그런 기자, 언론을 보고 싶은 우리의 위시를 반영했다.(제인)


▲정의로운 언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동시에 그런 언론이 있었기에 우리가 촛불(혁명)까지 간 것 아니냐. 언론에 대한 매도는 너무 많아서 지치는 느낌도 있었고, 진실 보도에 대한 신념을 가진 기자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좋은 친구들이 기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강은경)


--김남주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


▲김남주 씨는 캐스팅 1순위였다. 최근에 주부 역할들을 했지만, 그녀에게는 '도시남녀' 때의 이미지가 아직 강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러브콜을 보낸 지 일주일 만에 승낙했다. 남편 김승우 씨가 먼저 대본을 보고 꼭 하라고 응원했다고 한다. 이런 배우가 없다. 수시로 제인 작가에게 전화해 본인의 해석과 연기가 맞는지 물었고 끝까지 캐릭터를 놓치지 않는 정신력을 보여줬다. 극중 패션도 다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하고 구해왔다. 성공만을 위해 살아온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이 혜란과 비슷하다면서 혜란을 너무나 사랑했다.(강은경)


▲김남주 씨뿐만이 아니고 지진희 씨, 이경영 씨 등 모든 캐스팅이 우리가 1순위 배우로 꼽았던 분들이 됐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들 잘해주셨다. 지진희 씨는 대본을 가장 잘 해석한 배우다. 4회까지만 보고 전체 내용, 자신의 캐릭터를 꿰뚫더라. (제인)


--혜란과 태욱은 어떤 인물인가.


▲우리 모두 치열하게 사랑하고 행복해지고 싶어하는데 어느 날 돌아봤을 때 이렇게 살아온 게 과연 맞나 싶은 지점이 있지 않나. 혜란은 낙태까지 불사하며 성공을 위해 뛰고 태욱은 그런 혜란을 사랑으로 안는 인물인데 뭐가 맞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저마다 자신의 감정과 사랑을 발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혜란은 태욱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나 부정하면서 성공만 위해 살아오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다. 혜란이 두통약을 끼고 살아서 뇌종양설까지 나왔는데, 혜란처럼 살려면 얼마나 머리가 아프겠냐.(웃음) 태욱은 순정파 같지만 집착이기도 하다. 자기애와 소유욕이 남다른 인물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혜란에게 "내가 사랑할게"라고 하는 태욱의 말이 사실은 얼마나 무서운 말이냐. 상대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얼마나 집요하면 혜란이 몰래 낙태했다고 5년간 각방을 쓸 수 있겠나. 그러면서 이혼은 안 한다. 태욱에게 혜란은 '내가 선택했고 내가 사랑한 여자'이기에 실패할 수 없는 존재다.(제인)


--초반 케빈 리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19금 멜로'가 어렵지는 않았나.


▲제작사 대표조차 케빈 리를 왜 이렇게 빨리 죽이느냐고 원성이었다. 6~7부까지 살아있게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웃음) '19금 멜로'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혜란-태욱의 감정선이 어려웠고, 특히 헤어지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태욱이 회한에 휩싸였던 11~12부가 굉장히 어려웠다.(제인)


▲글라인 작가 중 제인 작가가 멜로를 제일 잘 쓴다. 정작 본인은 모범생인데 '19금 멜로'를 참 쉽게 잘 쓴다.(웃음)(강은경)


--케빈 리 살인범에 대해 끝까지 궁금증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말 의외였다. 태욱이 범인임을 너무 빨리 눈치챌까 걱정했는데 다들 애써 '태욱은 아니다'라고 부정하더라.(웃음)(제인)


▲사람들이 어떤 것을 바라볼 때 정말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다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혜란을 끝까지 의심한 사람들은 '독한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것이다. 독한 여자는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살인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형사 강기준(안내상)의 발목을 붙잡은 편견이기도 하다.(강은경)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혜란이 태욱이 범인임을 알고 진짜 많이 괴로워했고, 끝까지 그것을 알리려고 노력은 했다. 하지만 결국 가족 앞에서 자신의 신념이 꺾인 것이기도 하다. 19년 전부터 혜란의 인생은 계속해서 선택의 연속이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인 것 같다.(제인)


▲우리 모두의 욕심이 사실 제목처럼 '미스티'한 것 아니겠냐.(강은경)


--첫 작품인데 16부작을 써냈고 성공했다.


▲대개의 드라마에서 '이쯤 되면 재미없어질 뻔 한데' 하는 지점이 있는데 '미스티'에는 없었다. 제인 작가가 감동할 정도로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덕분이다. 솔직히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할 줄 알았다. 계속 지적하고 다시 쓰라고 하니 그만두겠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만큼 간절했고 진지했다. 나를 의심하지 않고 따라와 주고 버텨준 게 너무 고맙다.(강은경)


▲기획단계에서는 라디오 구성작가를 병행했는데, 선생님께서 매번 숙제를 많이 내주셔서 라디오는 그만두고 '미스티'에 매달렸다. 끝없이 수정고 보내고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를 고민했지, 단 한 번도 안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종방연을 마치고 나니 너무 고마운 사람이 많더라.(제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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