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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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우내 헐벗었던 가지에 제법 푸른 기운이 감돈다. 하늘도 나날이 청청(靑靑)함을 더해 간다. 목하(目下) 눈길 닿는 곳마다 생명력이 용솟음치며 희망의 빛이 누리를 덮는다.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다.


모처럼 간소한 차림으로 산책길을 나선다. 신선한 공기와 상큼한 바닷내음은 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여명(黎明)이 채 가시지 않은 힐조(詰朝)인데도 휴일이라 그런지 운동 삼아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마주치는 얼굴마다 건강미가 넘친다. 그런데 거개가 중장년층이고, 좀처럼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전쟁 이후 소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어느새 환갑을 넘어 경제적 생산 활동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디 그뿐이랴. 지난 1년 사이 출산율이 11%나 급감하면서 이제 ‘인구 절벽’이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자녀 한 명을 낳아 고교 졸업시키기까지 평균 8500만 원쯤 들어간다니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IMF 외환위기 3년 후 초저출산을 기록했던 사례는 경제 문제와 출산율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반증해 준다.


저출산과 초고령화는 미래 사회에 어두운 장막을 드리우는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다. 노동력 감소는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고,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이 증가할 것이며, 노노(老老) 부양이나 노인 고독사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조속히 국가적 차원에서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의술의 발달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대수명 또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우리는 이른바 ‘백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무병장수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유롭고 행복한 삶이 배제된 채 그저 오래 산다는 것은 연명(延命)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가족의 생계와 자녀들 뒷바라지에 온힘을 쏟으며 달려온 그분들의 황혼이 행복해질 수 없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다. 모세의 기적처럼 푸른빛을 가르는 저 일출이 백세 인생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로 번질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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