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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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옛날 중국 황제들은 자신을 ‘짐(朕)’이라고 칭했다.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부터 황제만이 쓰도록 정하였다. 신성불가침 언어인 셈이다. 황제보다 격이 낮아진 제후(諸侯)들은 자신을 ‘과인(寡人)’이라 했다.

우리나라는 고려 태조 때부터 임금이 스스로를 중국처럼 ‘짐’이라 했다. 그러던 것이 충렬왕 이후 원나라의 간섭으로 관제를 고치면서, 짐을 고(孤)로 변경했다. 조선 시대 역대 왕들은 중국의 제후처럼 ‘과인’이라 하다가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후에는 짐이라는 칭호를 다시 사용하였다.

이처럼 제왕들이 ‘짐’에 집착한 것은 자신의 희로애락 즉 기분에 따라 천하의 기류까지 바꿀 수 있는 ‘조짐의 주체’라는 뜻을 담기 위해서이다. 백성들 입장에선 공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제왕적인 존재다. 유신 말기부터 5공 중반까지 뉴욕과 시카고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한 강준식은 자신의 저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에서 한국 대통령에겐 대통령제의 본고장인 미국 대통령도 갖지 못한 ‘삼권’이 있다고 했다. 그 하나는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을 움직일 수 있는 사정권이고, 둘은 국정원과 기무사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권이다. 셋은 집권당을 움직일 수 있는 당권이다.

이에 반해 백악관엔 사정을 담당하는 사정비서관이나 민정비서관 같은 자리는 아예 없다. 연방검찰이나 내국세청, 연방회계감사원도 완전히 독립되어 있어 백악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라치면 직권남용의 엄청난 스캔들로 비화한다.

또한 미국 대통령에겐 당권도 없다. 반면 한국 대통령은 사실상의 공천권과 당직 임명권 등을 통해 여당 의원들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한국의 대통령들은 영고부침(榮枯浮沈)이 심하다. 이제는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고 싶어도 전두환 전 대통령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래도 새로운 대통령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방선거를 못 박아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국민투표 시기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권력 분산 개헌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청와대의 터가 셌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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