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궁합
  • 제주신보
  • 승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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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오래전에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어머니가 궁합을 보더니만 여자 친구와의 결혼은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그 여자와의 결혼은 패가망신한다 하니 어머니로서 그런 말을 듣고 찬성할 리가 만무한 일이다.

무속신앙을 굳게 믿는 어머니는 아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물러설 기미가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궁합이 잘 맞는 여자를 골라 결혼을 추진하셨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없었다. 끝까지 물러서질 않고 어머니와 대립에서 이겨 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의 눈 밖에 난 며느리의 결혼생활은 평탄할 리 없었다. 그 친구도 이상하게 일이 꼬여만 갔다. 손해가 줄줄이 따르고 보증을 섰다가 억대의 돈을 물어줘야 했는가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좋은 직장마저 그만둬야 했다.

아들 하나 낳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어머니가 본 궁합대로 되어 갔다. 환갑을 앞둔 지금도 홀로 살고 있으니.

나도 여러 해를 사귀던 여자와 결혼을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궁합을 보고 길일을 택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함께 인척이 운영하는 철학관을 찾았다.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단다. 사주 중 세 가지가 상극이라며 인척인 철학관 관장은 극구 결혼을 만류했다. 부부 이별은 물론 자식이 불효하고 재물도 모이지 않아 가난을 면치 못할 거란다. 하찮은 미신이라 생각하며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직성이 강해 그런 사주를 이겨낼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날이나 봐 달라 했다. 택일도 못 해주겠다고 한다. 나대로 날을 정하고 신부네 집으로 갖고 갔다.

30년이 흘렀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다. 규모가 작지만 사업을 했었다. 큰돈은 모으진 못했으나 못 살지는 않는다. 두 개의 대학 공부도 결혼 후에 마쳤고, 내 분야에선 나름 알려진 강사가 되었다.

아내도 결혼 후 꾸준한 공부와 노력으로 전통음식을 알리는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해하고 있으니 되었지 않은가.

아들도 건강하게 자랐다. 욕심을 버리고 소박한 사업가의 꿈을 키우며 경영 수업 중이다. 입에 달고 하는 말이 있다. 부모님이 존경스럽고 아버지 어머니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고.

딸도 늘 살갑게 다가와 웃음을 준다. 우리 가족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모를 일이다. 앞날은 어떨는지. 하지만 지금까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부애와 가족애를 보이며 살고 있다. 환갑 나이까지 그렇게 살았으면 되었지 않나?

궁합이니 풍수지리니 하는 것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수맥이니 조상 음덕이니 하는 것도 미신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신적으로 미미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믿으며 인생을 허비하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한다.

친구 경우는 우연이거나 과신이 심리적 영향으로 작용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 심리적인 불안이 쌓여 그렇게 몰고 가지는 않았을까.

우주선이 날고 로봇이 일하는 과학 시대다. 지상에서도 허무맹랑한 말로 현혹하는 글을 읽는다. 그런 것은 재미로만 보자.

지혜로운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고 앞날을 스스로 개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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