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밭의 개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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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바야흐로 벚꽃이 세상을 밝히는 시절이다.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들(이전투구·泥田鬪狗)은 벚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상대와 싸우느라 꽃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전투구라는 말은 원래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지금은 명분이나 체면 없이 마구 싸우거나 이익을 탐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 말은 또한 조선 태조 즉위 초기에 정도전이 언급했다고 한다.

태조가 정도전에게 팔도 사람을 평하라고 하자 다른 지역의 인물평을 한 후 함경도는 “이전투구입니다”라고 답했다.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불편한 모습을 보이자 정도전은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에서 밭을 가는 소)이기도 합니다”라고 평했다. 이에 태조가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경찰의 말싸움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달 16일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한 데서 설전이 시작됐다.

압수수색 다음 날인 1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찰의 작태는 선거 사냥개”라고 비판했다.

22일에는 장제원 대변인이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으며,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말했다.

반공 시절인 1970년대에, 그것도 북한을 향해 표현했던 말이 튀어 나온 것이다.

사실 1970년대에는 ‘북괴는 미친개이며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표현이 종종 나왔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영화도 보고 머리칼을 노란색이나 초록색으로 염색도 하는 2018년에 우리나라 경찰이 미친개가 된 것이다. 참으로 세월이 거꾸로 간 셈이다.

이에 경찰은 “돼지 눈에는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며 발끈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이후 ‘일부 경찰’에 한해 적용되는 말이라며 한 발 빼며 사과했으나 너무 늦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당과 국회의원이 스스로 갑이 돼 경찰을 아래로 봤다.

북괴니, 미친개니, 몽둥이니 하던 1970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수평적 사회다.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뽑았지 군림하라고 뽑은 게 아니다. 누가 높고 누가 낮은 사회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도 1970년대 사고방식에 젖어 철 지난 노래나 부르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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