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 감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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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일, 전 중등교장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는 인구 1000명 내외의 마을이다. 백 여섯 살 1913년생 강씨 댁 김모 할머니가 엊그제 돌아가셨다. 필자가 알고 있는 감산리 최장수 기록이다. 약 30년 전 김씨 댁의 사촌동서 두 할머니가 105세와 103세, 7·8년 전 양모 할머니(김씨 댁)가 104세, 지난해 103세 양모 할머니(강씨 댁)와 유모 할머니(고씨 댁)가 100세, 유모 할머니의 언니(회수리)도 100세를 넘기셨고, 약 20년 전 양씨 할아버지가 100세에 돌아가셨다, 그래도 105세 임모 할머니(강씨댁)와 100세 고모 할머니(이씨댁) 두 분이 생존해 계신다.

이 어르신들 대부분은 골골 백세가 아니라 돌아가시기 얼마 전 까지 소위말하는 구구팔팔하게 사셨다.

필자가 최장수 김모 할머니를 직접 뵌 것은 2013년 봄 고향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할 때였는데 당시 101세의 김 할머니가 제일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오셨다. 얼른 다가가서 인사드리고 “삼촌, 영 와 집디가, 삼촌 허리도 안 굽고 걸음도 재고 영 정정한 모습으로 뵈여 지난 막 지꺼지우다. 경헌디 삼촌 저 알아지쿠과.” “아고 요 나 조캐. 무사 몰르느니 아방 얼굴도 모른 게. 영 훌륭하게 되영 그것만도 들으멍 반가운디. 영 우리 대접도 하곡. 촘 기분 조타이. 조캐야 진짜 고맙다 이.” 어쩌면 그 나이에 허리도 안굽고 걸음도 가볍고 기억력은 저렇게 좋으실까 감탄을 넘어 신비롭다.

103세에 소여물도 주고 가사 일을 도운 김씨 댁 할머니, 100세에 걸어서 이웃 마을 이발하러 다닌 양모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몇 년 전까지 한시 창작을 하셨던 김모 할아버지는 98세로 10여 일 전에 돌아가시고, 돌아가시기 두어 달 전까지 “독한 거 어시냐 독한 거 가져오라”하시며 약주를 즐기셨던 또 다른 김모 할아보지는 97세로 작년에 돌아가셨다.

감산리에 장수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를 나름대로 몇 가지 추정해 보았다.

감산리는 “대정현을 물이 좋은 감산리로 옮겨야한다”는 상소가 세종12년(1430)과 세종25년(1443)에 있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올 정도로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고 상록수림이 우거진 안덕계곡 하천을 따라서 하천과 불과 20m에서 먼곳이 약 300m 정도로 근접하게 마을이 형성되었다. ‘양지소먹는물, 도고샘, 고콤밧, 통물, 조배남송이’ 등 주민들이 직접 식수로 쓰던 물을 비롯하여 용천수가 흐르는 곳이 무려 십여 곳이 넘었다. 민가와 식수원, 하천과의 근접성은 질 좋은 식수를 마시고 식재료를 위생적으로 잘 씻고 목욕과 빨래를 자주하여 건강장수의 비결이 되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감산리에 살았던 강원도가 고향인 친구는 감산리 사람 중에 대머리가 없는 이유가 아마도 좋은 물의 영향일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는 앞으로 군산과 월라봉 기슭의 층층이 비탈진 밭과 하천 주변에 유난히 많은 다랑논을 오르내리며 경작하고 마을이 협소하여 멀리 떨어진 척박한 농토를 터전으로 살아오면서 건강해졌으리라.

감산리 분들은 축복받은 환경에 살면서 장수를 누렸지만 요즘이야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건강 100세를 이룰 수 있는 시대이지 않은가. 이 땅의 모든 어르신들의 노화의 시계를 늦추며 건강 장수하시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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