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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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1961년 5·16 직후 군사정권은 동대문사단 이정재 등 자유당 시절의 정치 깡패들을 잡아 들인 후 일종의 ‘망신형’에 처했다. 이들은 “나는 깡패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울 시내에서 거리 행진을 했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이정재는 자신의 이름이 쓰인 팻말을 추가로 목에 걸쳤다. ‘조리돌림’을 당한 셈이다. 조리질을 하듯이 잡아 돌린다는 의미로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망신 주는 것을 말한다.

조선 시대에도 간통이나 절도 등의 죄를 지은 사람을 동네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거나 때에 따라서는 물을 끼얹거나 매질을 가하기도 한 풍습이 성행했다.

물론 이 시대에는 얼굴에 글자를 새겨넣어서 평생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묵형(墨刑) 등 끔찍한 망신형도 있었다.

▲인터넷상에 6·13선거 후보들의 주변 이야기로 시끌시끌한 것을 보니 선거가 다가오는 모양이다. 게다가 유력 후보들을 사이에 두고 지지자 간 ‘댓글 전쟁’은 사생결단식으로 치열하다. 정책이나 인물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상당수는 융단폭격식 조리돌림으로 도배질하고 있다.

선거 대진표 윤곽이 드러나면 그 강도는 심해질 것이다. 벌써 일부에선 루비콘강은 건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의 골이 심해졌다고 한다.

사실 요즘 어떤 정책을 하나라도 발표하기만 하면 틈을 주지 않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댓글 등을 보노라면 소름마저 돋는다. 검증이란 미명으로 해당 논란과 무관한 악플이 꼬리를 무는가 하면, 악의적인 루머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인터넷상의 조리돌림은 이번 선거만이 아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시 적발된 허위사실 공표는 405건으로 5회의 224건보다 갑절 많았다. 최근 대선에는 가짜뉴스만 3만 1000여 건으로 지난 대선 때보다 4배 넘었다. 문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정재가 조리돌림을 당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것이 세인의 평가다. 정권에 기대어 행세하다 결국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았다. 남의 판에 끼어들어 중심을 잃으면 그렇다.

선거판도 마찬가지다. 괜히 설쳤다가 크고 작은 망신을 당한 이가 어디 한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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