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부탁
귀신의 부탁
  • 제주일보
  • 승인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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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꼭 한번 만나자는 요청을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직접 걸음을 하셨는데 너무나 달라진 외모에 왠지 모를 불안감은 얼굴색마저 변해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잠을 자기 무서울 정도로 악몽에 시달리는데 근 한 달이나 소복 입은 할머니가 나타나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는데 꿈에서 깨어나면 내 생각이 난다며 무슨 방법이 없겠냐는 안타까움에 짚이는 바가 있어 강원도로 동행을 서둘렀다.

산양삼을 심고 가꾸는 농사를 하셨는데 땅에 기운을 먹고 사는 식물이라 주변은 음산했으며 칡뿌리만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무슨 구경이 난 것도 아닌데 동네 분들 몇이 같이 자리를 지켜준다는 염려에 별일 없을 거고 이왕 오셨으니 술이나 들고 계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그리고 명상을 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귀신이 나타나 자신의 사연을 들어줄 분을 찾고 있었다며 결례를 용서하라 하면서 인사를 건네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에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는 말에 여기 주인 되시는 분의 거래처 중에 강씨 성을 가진 이가 있는데 본인의 둘째 사위이며 지금 병을 앓고 있는데 이는 자신 탓이라고 했다. 평소 가정에 소홀하며 책임감도 없어 가족을 힘들게 하며 못된 짓을 일삼아 딸의 고생이 심해 죽으면서까지 원망을 했는데 이런 화를 불러냈다며 이제는 화해하고 싶으니 중개역할을 해달라는 간절함이었다. 그리하겠다는 답을 주고 더 원하는 것이 없냐고 하니 그러면 집안에 경사를 선물해주겠다는 귀띔을 해주고 떠나셨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모처럼 편안한 밤을 보냈다며 싱글벙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간을 지체할 일이 아니라서 이런 사정이 있었다 하니 깜짝 놀라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당사자가 통화를 원한다기에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으니 몇 달 전부터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시킬 수 없고 역류 현상이 있다며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서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어 이대로 죽는가 하는 공포심마저 든다기에 믿지 않겠지만 착해지지 않으면 결코 고칠 수 없고 무엇보다 가장의 무게를 가지라는 당부와 따끔한 조언을 해주었다.

며칠 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와 뼈있는 반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어렵다는 공무원시험에 손녀딸이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자식 걱정은 사후에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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