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주와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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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이 해주었다. /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 마른 뿌리로 작은 생명을 길러 주었다.’

토마스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의 첫 부분이다. 이 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황폐한 모습, 그리고 수천만명이 죽어간 충격과 절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토마스 엘리엇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4월, 제주의 봄은 달랐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지난 3일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4·3희생자 유족과 도민들에게 4·3의 완전 해결을 통해 기나긴 아픈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4·3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4·3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고통에 다시 한 번 공식 사과하고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주의 봄바람은 한반도로 퍼져나갔다.

남한예술단이 지난 1일과 3일 평양에서 두 차례에 공연을 마치고 4일 새벽에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이번 남한예술단의 평양공연 제목도 ‘봄이 온다’였다.

남한예술단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가진 첫 단독공연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부부가 참석했으며,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꽃다발 세례로 화답했다.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우리는 하나’를 외치며 시작한 남북합동공연에는 1만2000여 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워 하나가 됐고, 남북예술단은 큰 감동을 선사했다.

북한선수단 평창올림픽 참가, 북한예술단의 남한 공연 그리고 이번 남한예술단의 북한 공연이 불러온 한반도의 봄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절정에 달할 것이다.

▲오늘은 식목일이자 청명이다. 하늘이 차츰 맑아지고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봄 밭갈이를 한다는 청명에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

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심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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