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이산하
‘산등성이마다 뼛가루로 쌓여 있는 흰 눈이며/나뭇가지마다 암호를 주고받는 새들의 울음소리며/멀리 사람 실은 배 한척, 돌 실은 배 한척, 떠나는 바다며/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허겁지겁 땅을 파헤쳐/씹고 또 씹었던 이 풀뿌리와 나무껍질이며//….’(시 ‘한라산’ 중)
제주4·3 70주년을 맞아 31년 전 4·3의 대량학살과 진실을 최초로 폭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이 복간돼 나왔다.
1987년 ‘녹두서평’ 창간호에 처음 발표된 이 ‘한라산’으로 시인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으며, ‘한라산 필화사건’은 김지하 시인의 ‘오적’ 이후 최대의 필화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4·3 기간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당시의 상황과 4·3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번 복간은 시인의 시인학교 제자 모임인 ‘목련구락부’에서 페이스북 펀딩을 통해 마련한 비용으로 제작됐다.
시 ‘한라산’은 당시 필사된 종이뭉치로 많은 이들에게 전달돼 읽히면서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과 함께 제주 4·3의 숨겨진 역사를 세상에 드러내는데 기여했다. 이후 시집으로 묶여 2003년 시학사에서 출간됐다.
노마드북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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