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식 ‘공문 없는 3월’ 실질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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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과도한 공문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교육청이 도입한 ‘공문 없는 3월’ 시책이 도리어 역기능을 불러와 원망을 사는 모양이다. 3월 공문이 줄어든 대신 이를 전후한 2월과 4월에 공문이 밀려들어 선생님들이 공문과 씨름을 한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의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A학교의 경우 학기 초 3월을 피해 교육청 등에서 발송한 공문은 2월 말 96건, 4월 초 66건 등 무려 162건에 달한다. 특히 문서내용이 반드시 3월에 보냈어야 하는 것도 상당수라고 한다. 앞서 지난해에도 3월에 내려온 공문은 194건에 그친 반면 2월 1055건, 4월 914건 등으로 폭증했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이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다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꿔 원숭이들을 달랬다는 고사성어다. 학기 초 교원 잡무를 줄여 주겠다는 취지가 거꾸로 돼 선생님들이 ‘공문처리반’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조삼모사라 아니할 수 없다.

3월 공문 없는 달이 2년 연속 파행을 거듭한 만큼 여기에 무리수가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고심할 필요가 있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도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시도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가 올랐다 하지 않은가. 상급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드는 공문을 처리하는 데 일과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하소연이다.

교원업무 감축은 오랜 난제 중의 하나다. 그간 숱한 방안이 도출됐지만 효과가 없거나 반짝 효과에 그쳤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때다. 교사들은 불합리한 교육사업의 정비와 공정한 업무분장 시스템이 미뤄져선 안된다고 한다. 특히 공문 간소화 차원에서 구두보고 매뉴얼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잡무’가 본업인 수업을 방해해선 안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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