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의 현재, 그리고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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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병원 호흡기내과 김상용 전문의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LA TRAVIATA(라 트라비아타; 동백꽃 여인'이라는 오페라가 있다. 매춘부 비올레타와 귀족 신분의 남주인공 알프레드와가 서로 사랑하지만 극중 여주인공이 폐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며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이 오페라를 제주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 오페라와 제주 4.3의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에 오페라 공연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 속으로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내포한 제주 4.3희생자의 영혼과 오페라 동백꽃 여인.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호흡기 내과 의사의 눈으로 보니 감성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의 사랑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은 결국 결핵이었구나". 수많은 문학작품속의 주인공이나 역사적 인물의 죽음에서 결핵은 비교적 흔한 소재로 나타나곤 한다. 결핵이라는 전염병은 언제부터 인류를 괴롭혔을까? 기원전 7천년 경,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석기시대 화석에서 최초 척추 결핵이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는 폐결핵 증세에 대해 상세한 의무기록을 남겼을 정도로 결핵은 인류 문명과 함께 현재까지 공존하고 있는 질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1년 새로 발생한 결핵 환자수가 39,55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유지해 왔다. 2017년에는 28,161명으로 처음으로 3만 명 이하의 기록을 보였으며 우려했던 외국인 결핵환자 신고현황 또한 2016년 2,123명에서 1,632명으로 감소하며 전년내비 23.1%의 감소세를 보였다.

 

제주도내 신규 결핵 환자 수만 살펴보더라도 △2014년 375명 △2015년 374명 △2016년 311명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49.5명으로 전국 평균 60.4명 보다 낮게 나타났으나 최근 감소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 2016년도 우리나라 결핵신환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전 세계 결핵 발생률 평균치(인구 10만 명당 133명)를 비교해 보더라도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즉,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제 2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8-2022)'을 수립, 2022년 인구 10만 명당 결핵신환자를 40명 까지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결핵환자의 치료 및 관리 부분도 중요하지만 잠복 결핵 감염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도 의료인의 관심과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판단된다.

 

결핵의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BCG백신 접종과 잠복결핵감염 치료 외에는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아직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잠복결핵 감염이란 몸속에 들어온 소수 결핵균이 증식을 하지 않아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아직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침, 발열,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이 없고 결핵균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주위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양상태 악화 및 과도한 스트레스로 은한 면역력 저하 시 잠복결핵감염자의 약 10%가 결핵으로 발전하며, 이 경우 주변사람에게 결핵을 전파시킬 수 있다. 활동성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 약 30%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되며 결핵 발병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검진 및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검진은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 혹은 혈액검사인 인터페론감마 검사를 시행하여 결핵균 감염을 확인하며, 흉부 X-ray·CT, 객담 결핵균 검사 등 추가 검사를 통해 활동성 결핵 감염을 배제하여 잠복결핵감염을 진단한다. 진단된 감염자는 앞으로 결핵으로 발병할 가능성 및 발병 시 위험성, 치료의 효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치료를 권고하며 결핵약 1종류 또는 2종류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 동안 복용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결핵은 제주 4.3의 비극처럼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지금 이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결핵 청정 지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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